전기 요금과 도덕적 해이
몇 년 전에 전력 요금제도의 개편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나온 게 연료비 연동제입니다. 그런데 그게 도입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도덕적 해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여기에 일정 비율로 이윤을 허락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화됩니다. 이때부터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나라의 화력 발전소는 LNG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억제하던 것인데, 이제 연료비에 연동해서 전력생산비를 인정하게 되니까 발전소로써는 단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몇 년 후 지금의 우리는 전력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니, 실제로 인상되고 있습니다. 석탄이나 LNG나 화석연료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에 견주어 본다면 50보 100보이죠. 하지만 지난 정부에선 석탄은 안되고 LNG는 된다는 괴상한 논리로 대거 새 발전소를 지었고, 그 결과 발전 단가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원전도 축소하려고 하였습니다. (통계의 일부만 인용하면서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체 통계 자료를 갖고 추세를 살피면 거짓이 드러납니다.) 즉 발전 단가가 싼 발전소(석탄, 원자력)를 줄이고 비싼 발전소(LNG, 태양광, 풍력 등등)는 늘린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뱉은 소리는 전력 요금 인상은 하지 않는다였고요. 원가가 오르는 데 인상은 없다?
자동차 원가 보상제를 도입했다고 해 봅시다. 자동차 회사는 원가를 절감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부품업체에서 고가로 부품을 사도 됩니다. 직원들의 급여를 대폭 올려도 되고요.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을 억제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전부 자동차 가격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오면 되니까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대체하기 힘든 상품에는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일어났습니다. 비싸게 전기를 만들어도 한전에 넘기면 다 보상 받는데 왜 발전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겠습니까? 원가 절감을 해도 자기들에겐 큰 이익이 없는데 왜 노력한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