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엘리베이터
몇 년 전에 무릎이 매우 아팠습니다. 그래서 홈 엘리베이터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습니다. 홈 엘리베이터는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와 다른 점이 운송 하중에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200kg인가 그랬습니다. 왜 이런 규정이 따로 필요하느냐 하면, 고급주택의 기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주택>이란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급주택으로 분류하지 않을 소형 엘리베이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지요.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인 엘리베이터는 7인승인가가 넘어야 한답니다. 영화에서 보던 외국의 4-5 명이 타는 좁은 엘리베이터를 우리나라에서 구경하기 드문 이유라고 합니다.
홈 엘리베이터는 운행층도 적고, 수송 능력도 적지만 비용은 비쌉니다. 아파트에 설치되는 일반 엘리베이터는 비싼 것은 제외한다면 4-5천이라고 어딘가에 나와 있더군요. 보통 10여 층을 운행하고 인원도 17인승 정도인데 반해 홈 엘리베이터는 고작해야 2-3층이고, 3인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싼 게) 2천이나 됩니다. (대부분 가격을 숨기고 있어서 불확실한데 몇 군데에서는 3-4천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통로는 별도고요. 아무튼 고려하다가 집을 지을 때쯤에는 비용도 비용이고, 무릎도 좀 나아져서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렸죠. 얼마 전에 우연히 다시 검색했는데, 뜻밖에도 엘리베이터 관리자 교육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뭔 소린고 하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이 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또 교육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3년마다. 엘리베이터도 매년 정기 정검을 받아야 하니 설치한다고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한 소비자는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과 운행 비용만 생각할 터인데 사실은 운행 비용보다는 점검 비용과 이 교육 비용이 더 비쌉니다.
홈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모터는 고작해야 1kw급이랍니다. (기종에 따라서는 4.5도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헤어 드라이어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가 덜 든다는 것. 그런데 교육비는 연 10만 원 대이고, 점검비도 마찬가지.
일반 엘리베이터는 사용자가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관리자를 따로 선임하여 정비 및 구조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홈 엘리베이터는요? 구입 및 설치 당사자가 사용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가족이랑 어쩌면 지인이 추가되고요. 따라서 재해에 대한 보험만 들게 하고, 교육이랑 정기 점검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10층짜리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면 하루에 백 번 이상 움직이겠지만 홈 엘리베이터는 10번 이하일 겁니다. 보통 로프를 4년마다 갈아야 한다는데, 홈엘리베이터는 아마도 사용량에 비례한다면 철거할 때까지 갈 필요가 없겠지요. 점검할 필요도 있다면, 5-10년에 한 번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주 운행하는 자동차도 정기검사는 신차의 경우 4년에 한 번이거든요. 그 후로는 2년에 한 번이고. 훨씬 운행수가 적은 홈 엘리베이터를 매년 점검할 필요가 왜 있지요? 제품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그리고 설치 초기에 제대로 검사를 한다면 필요 없는 정책입니다. 아마도 홈 엘리베이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일반 엘리베이터의 정책을 그대로 준용한 게 아닐까 싶네요.
하긴 홈 엘리베이터라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소수는 무시당하는 게 당연하니까 당사자들만 고생하는 것이겠지요.
뭐든지 만드는 사람이 그 제품에 대해 잘 압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제조사에 그 책임을 지우지 않고, 소비자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소비자가 일반적인 환경에서 일반적인 작동만 했다면 문제가 없도록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대충 만든 다음 소비자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하니 골치가 아픈 것이지요.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는 점차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우리나라에 설치된 게 삼사십만 대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홈 엘리베이터는 수천 대에 불과할 듯싶습니다.)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소비자가 관리자를 두고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이걸 포함해서 대부분의 제조품은 제조사가 일정한 책임을 먼저 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