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때
공부할 때가 따로 있을까요?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말을 하긴 합니다만 사실 정말로 그런 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그래서 강압적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왜 그런 말 안해줬어라는 원망을 듣지 않을 정도로만 합니다. 아, 부모로서 낙제일까요?
바꾸어서, 그렇다면 놀 때도 있을까요?
음, <놀다>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니 좀 정의를 좁힐 필요가 있겠네요.
먼저 사전적인 뜻을 살펴보면
놀다1. <자> 1.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기다. 2.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다. 3. 어떤 일을 하다가 한동안 쉬다. 4. 들떠서 마구 행동하다. 5. 물자나 시설 따위가 사용되지 않다. 6. 박힌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7. 태아가 꿈틀거리다. 8.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9. 주색을 일삼아 방탕하게 지내다. 10. 그렇게 행동하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1하고 2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행동입니다만 <일을 하다>는 것과는 대치되는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참고로 놀다2는 구경거리가 되는 재주를 부리다.이고 놀다3은 드물어서 귀하다.라는 뜻이라네요. 이것들은 뺍시다.)
자, 놀아야겠다는 말을 누가 했다고 합시다. 누구는 일을 (당분간) 그만두어야겠다(3이네요)고 받아들일 것이고, 누구는 다른 일(취미)을 하겠다는 뜻(1이지요)으로, 누구는 은퇴하여 푹 쉬겠다는(2) 뜻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앞뒤 문장이 생략되거나, 말한 사람을 잘 모르면 듣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으로 임의판단하게 됩니다.
인생은 나의 것인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폭이 좁아 보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말에 공부를 하고, 일을 할 때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또 일만 하고, 그러다가 이젠 좀 (1의 의미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더니 다행스럽게도 방해하는 사람이 적어서 시도하려 했으나 이젠 체력이 안되어서, 돈이 안되어서, 시간이 안되어서, 놀 대상이 별로 안 남았습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허구랑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죠.)이란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드문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야 성공하는 법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