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웃어른’을 설명할 때 주로 이렇게 말한다. ‘위-아래’ 구분이 분명하면 ‘위’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웃-’을 쓴다. 간단히 말하면 ‘아래’를 포함한 반대말이 확실하면 ‘위’를 쓰고 반대말이 없으면 ‘웃-’을 쓴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맞춤법 확인에 유용하다. 많은 단어를 구분해 낼 수 있으니까.

① 아랫사람 ⇔ 윗사람 → 윗사람(○)
② 아랫어른(×) ⇔ 윗어른(×) 
 웃어른(○)
③ 윗돈(×) ⇔ 아랫돈(×) 
 웃돈(○)

‘아랫사람’이란 반대말을 가진 ①의 ‘윗사람’이 옳은 표기다. ②, ③에는 반대말이 없으니 ‘웃어른’, ‘웃돈’이 맞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만 생각하면 당황할 일이 생긴다. 아래 문장을 보자.

이 바지는 위통이 너무 좁다.
이 날씨에 웃통을 벗다니.
웃옷은 가벼운 것을 골라라.
아래옷과 윗옷의 색깔을 맞췄다.


이들 표기는 모두 올바른 것이다. 위-아래 구분이 분명한데도 ‘윗옷, 웃옷’도 맞는 표기라니 이상하지 않는가?

윗옷 ⇔ 아래옷  윗옷(○) / 웃옷(○)
위통 ⇔ 아래통 
 위통(○) / 웃통(○)

이유를 알려면 ‘위-아래’가 분명하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현재라는 시점이다. 현재 ‘상(上)’을 가리키는 경우에만 ‘위’를 쓴다. 과거에는 달랐다는 말인가? ‘위’의 옛말은 ‘우’였다. 세월이 흘러 말이 변하면서 ‘위’로 바뀐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는 ‘상(上)’에 해당하는 말을 모두 ‘위’로 말하니 실제로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그 변화에 맞추어 단어 속의 ‘우’도 ‘위’로 바뀌었고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위-아래’가 분명한”이라는 말의 속뜻이다. 

문제는 ‘우’를 포함한 옛말 중 원래의 ‘상(上)’이라는 의미를 잃고 만 단어들이다. 어원에서 멀어진 것들이다. ‘웃돈’, ‘웃어른’, ‘웃통’, ‘웃옷’들이 그런 단어다. ‘웃어른’이란 말은 ‘모셔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고 ‘웃돈’은 ‘덧붙여 주는 돈’이다. 의미가 바뀐 ‘우’까지 ‘위’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의미가 바뀐 단어들은 그냥 ‘웃-’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윗옷-아래옷/웃옷’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상의(上衣)’라는 의미가 분명한 것은 ‘윗옷’이다. 그런데 ‘윗옷’과 ‘아래옷’을 입은 후 착용하는 옷도 있다. 이것을 ‘웃옷’이라 구분해 말하는 것이다. ‘위통’의 ‘통’은 ‘바짓가랑이나 소매의 속의 넓이’라는 의미다. 그 넓이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위통’이다. 반면 ‘웃통’은 ‘웃통을 벗다’로 한정되어 쓰이며 이에 반대되는 행동을 상상하기가 좀 어렵다. 하반신을 가리키는 ‘아래통(×)’이라는 단어는 없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우’는 없다. 다만 단어 속에 ‘웃-’으로만 남았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해 보자. 왜 ‘우’가 아니고 모두 ‘웃-’으로 남은 것일까? 이 ‘ㅅ’은 우리가 잘 아는 ‘바닷가’ 할 때의 ‘ㅅ’이다. 옛날에 단어를 만들 때 사이에 ‘ㅅ’을 넣어 만든 흔적이다. 이제 ‘우’라는 단어는 단어와 단어의 결합형에만 남았기에 ‘ㅅ’이 함께 남은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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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참 어렵습니다. 엉터리 문법이나 규칙 때문에 더 어려워지고요. 아, 이 기사가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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