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2일자]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포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열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30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무임 수송 비용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다음 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8년째 묶여 있다. 300원~400원 올린다고 하더라도 운송원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지하철 무임 수송에 대한 기재부 지원이 이뤄지면 요금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
 

"(65세 이상 고령자) 무임승차 등 때문에 지하철 적자가 생긴 것 같다. 부담은 지차제가 지는데 기재위 중심으로 해결 방법 알아봐야 한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
 

"무임승차 비율이 30% 정도다. 그간 회사채를 발행해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민간 기업이었으면 서울 지하철은 이미 파산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정치권 발언을 계기 삼아, 서울 지하철 적자 수준이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지, 재무 현황을 찾아봤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사실은팀은 국토교통부가 펴내는 '철도통계연보'를 통해 재무 현황을 확인했습니다. 연보는 운영 기관 별로 손익 계산서와 무임승차와 비율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현황을 중심으로 파악했습니다.

먼저,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이용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이전,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 지하철 이용객은 17억 명 수준인데, 코로나 때 재택 근무도 많아지고 이동이 줄면서 12억 명 대로 떨어졌습니다. 노인 무임승차자는 코로나 이전 2억 명 수준, 이후에는 1억 명 대 후반 정도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12~13% 정도입니다. 지하철 타는 사람 10명 중 1~2명이 노인 무인 승차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임승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대략 2~3천억 원이 들어가는 걸로 나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영업손실 대비 비용을 계산해보면, 코로나 이전 50% 정도였다가, 코로나 이후 20% 수준입니다. 코로나 이후 지하철 이용률이 낮아져 영업손실이 1조 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에, 손실 대비 무임승차 비용의 수치가 작아졌을 뿐입니다. 그만큼 코로나로 재정 상황이 안 좋아졌음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말한 "300원~400원 올린다고 하더라도 운송원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말도 함께 검증했습니다.


최근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지하철 요금은 1명 당 1,250원이지만, 무임 승차를 계산하면 1명이 평균적으로 내는 비용은 998원, 하지만, 재정 수지를 0으로 만들기 위해 받아야 할 수송 원가는 2,003원, 결국, 1명 태우는 데 1000원의 손해가 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만큼 노인 무임승차 문제가 손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미래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6%인데, 달리 말하면, 이미 서울 인구의 5분의 1 가까이가 무임승차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이 추세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만 65세 인구 비율은 10년 새 7%p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몇 년 안에 20%를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인 무임승차가 적자 재정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정치권 주장은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노인 무임승차가 재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각론이 조금 다를 뿐, 여야 모두 이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사실은팀이 팩트체크를 한 이유는, 노인 무임승차 문제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노년층 무임승차 비용을 결과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부담으로 메워야 하는 까닭에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진영 논리와 얽히고설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도 생겼습니다.

달리 말하면,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철저히 '비용'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확인대로, 서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총 이용객의 12% 정도를 차지하고, 영업 손실의 20~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 무임승차가 사회에 끼치는 다른 층위의 경제적 영향도 있습니다. 노인들의 외부 활동을 직접적으로 촉진시켜 얻는 사회적 이익입니다. 조금 오래된 연구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이 펴낸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을 보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통해 노인의 외부 활동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하철경로무임승차는 65세 이상 노인의 활동을 증가시켜, 2012년 기준 자살감소(617억), 우울증 감소(322억), 교통사고 감소(1,152억), 의료비절감(230억), 기초생활급여 예산 감소(908억), 관광활성화(131억) 등의 편익을 발생시켰다.
- 최진석(2014),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지하철 경로무임승차를 중심으로, 한국교통연구원 기본연구보고서, 33쪽.
 

물론, 통계적 방법에 의한 편익 산출로 추정치이긴 하지만, 2012년 기준, 노인 무임승차로 얻었던 편익은 3,206억 원, 같은 기간 무임승차 비용은 3,361억 원으로, 비용 대부분이 상쇄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퍼주기'는, 다른 말로, 분배를 통한 '편익'일 수 있음을 함축합니다. 그리고 그 수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논란이 노인 무임승차 제도 무용론, 나아가, 세대 갈등으로 비화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서울 지하철 적자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정치권 주장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수치들이 있었습니다. 사실은팀은 정치권의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판단합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 무용론과 함께 세대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철저히 비용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렸는데, 같은 비용 논리대로, 이 제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익을 만들 수 있다는 과거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

다른 수치를 하나 빼먹었네요. 2-3년 전에 본 문건에 의하면 직원은 무임승차라고 하더군요. 우리회사 차니까 무료가 가능할까요? 공공기관에서는 다 금지된 사안입니다. 실제로는 할인이 가능한데, 대신 개개인에 대한 추가급여로 처리합니다. 그러니까 5만 원 혜택이 있었다면 복지성격의 급여를 5만 원 주었다는 식으로 처리하니까 개개인은 소득으로 잡히고 그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아직 무임승차가 남아 있다면 그에 대한 계산도 해야죠. 교통공사의 직원이 1.7만 명가량 되니까 하루 3천 원으로 잡고, 250일로 처리하면 연간 127억 원이네요. 뭐,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말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반박하더군요. 노인을 위해 특별히 열차를 따로 운행하는 게 아니니까 적자에 기여하는 게 주장대로 연 3천억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것도 타당성이 있는 말입니다. 원래 열차는 움직이고 있고, 노인은 단지 무임으로 승차할 뿐이죠. 예컨데 노인들이 전혀 이용을 안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운영비가 줄어들까요? 한 300억은 줄어들지 모르겠네요. 결국 무임승차에 대한 비난은 그냥 공격하기 쉬원 먹이감이기 때문에 떠드는 것이지 핵심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노인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만한 대변자가 없는 집단이거든요. 정의로운 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약자란 말입니다.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