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제라는 것은 낮이 긴 기간 동안 시각을 한 시간씩 앞당겼다가 기간이 끝나면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멋진 표현으로는 일광절약 시간제인가 하는 게 있다. 낮을 잘 활용하자는 이야기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취지는 좋아보이고 또 그럴싸하다.

그런데 하루가 아닌 일주일 또는 일정 기간을 생각해 보자.

월요일 아침을 시작점으로 하고 끝으로 하여 계산해 보자.

정상적이라면 8시 또는 9시에 출근을 한다. 8시간(점심시간 포함 9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면 5시 또는 6시가 된다. 통칭 저녁이라고 하면 9시를 말하는 것이니 사립기관은 4시간 공립기관은 3시간 정도가 남는다. 썸머타임제를 실시하면 이것이 5시간과 4시간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실제 시각은 써머타임제 때는 10시이다. 즉 밤이 짧아지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화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요일 8시에 출근하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보통 7시간 또는 8시간을 자야 하니 11시 또는 10시에 자야 한다. 그렇다면 퇴근 시각인 오후 5시에서 11시까지의 시간은 썸머타임제를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이다. 변하는 것은 활용할 시간이 (늘은 게) 아니라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조금 이른 시간대에 활동을 한다는 것뿐이다.

다시 정리해 보자. 썸머타임제는 활동시간대를 한 시간 정도 앞당기는 제도이다.

이렇게 되면 생체 리듬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오전에 활동성이 높은 사람과 오후에 높은 사람. 썸머타임제를 실시하면 오전형이 이득을 보는 만큼 오후형은 손해를 본다.

나는 오후형이다. 오전에는 집중해야 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이 들어가는 단순 업무를 하는 게 편하다.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하는 것은 오후에 한다. 썸머타임제가 되면 몽롱한 시간이 연장되고 일을 할 만하면 퇴근시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시계보다는 태양에 맞춰 몸의 상태가 결정되기 때문에 시침만 앞당겨진다고 해서 몸이 그대로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공립기관에 있어서 9시 출근, 6시 퇴근 체제를 갖고 있다. 오후 2시 반 경부터 업무효율이 가장 극대화되기 때문에 5시 내지 5시 반 정도까지의 2.5-3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 이 시간이 다른 5시간보다 더 값진 시간이다. 물론 일이 많다면 그 이후에도 효율이 비교적 높은 상태로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썸머타임제라면 이미 다른 사람은 모두 퇴근한 다음이다. 지금도 나름대로 조정해서 30분 정도 늦게 출근해서 한 시간 정도 늦게 퇴근하고 있는데 (감시를 덜 받는 직종이라서 가능하다.) 만약 썸머타임제가 도입된다면, 개인 생활은 더 엉망이 될 것이 확실하다.

오후형 인간인 나는 썸머타임제를 반대한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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