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일자]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정리 = 김군찬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너무나 많은 혜택과 권한을 누리고 있습니다. 공공에 대한 봉사라는 소명 의식 없이는 정치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스웨덴과 비교해선 특히 그런데 범국민 차원에서 의원들의 특권을 없애는 운동을 전개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최연혁(65)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유학 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스웨덴 정치와 많은 면에서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덤덤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지만 충격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기 때문에 별 문제의식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최 교수는 스웨덴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 오롯이 드러냈다. 현재 최 교수는 연구교수로 연구년을 얻어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최 교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데 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며 “스웨덴에선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국회 윤리위원회가 해당 의원을 제적할 필요조차 없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도 그럴진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정당이 만들어지거나 옥중에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을 만들고 지역구에 출마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최 교수 얘기다. 그는 “스웨덴에는 범법자가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강한 사회규범이 살아 있다”며 “그런데 한국에선 재판 중이거나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이 총선을 겨냥해 당을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체포 특권 이외에도 한국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권은 또 무엇이 있을까.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300만 원, 연간 1억5700만 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 의원 연봉은 1억 원 정도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스웨덴의 1인당 GDP는 한국의 2배인 6만 달러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비 이외에 사무실 지원 경비 1억 원의 절반은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거의 매년 3억 원의 후원금을 받는데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에 이 후원금은 개인적으로 챙길 여지가 많다. 이것만 합쳐도 실질 연봉 5억 원은 가볍게 넘는다.

최 교수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하고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이런 특권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는 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이다. 보좌진을 수행비서·운전기사·지역구 관리원 등으로 쓴다. 최 교수는 “스웨덴에선 의원 배출 정당에 대해 10억 원을 주는데 당 차원에서 보좌진을 확보해 의원 필요에 의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다. 스웨덴 국회의원실은 3∼4평이다. 스웨덴 의원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직접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고 한다.

그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 혹은 경조 행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돈을 챙기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스웨덴 등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스웨덴 사람들은 경조 행사 때 돈을 안 내느냐고 물었다. 안 내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와인 등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금을 주고받는 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 역시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정치 문화는 늘 바뀔 수 있고 정치인 의식 역시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 다음에 민주화이고 민주화 다음에는 의식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화가 민주주의의 제도화라고 한다면 의식 개혁은 제도를 성숙하게 운영해나갈 수 있는 의식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선 당마다 정책 학교라는 게 있다고 한다. 대개 10대 초반에 가입한다고 하는데 스웨덴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치인 양성 과정을 통해 배출된다고 한다. 이러한 안정된 시스템이 정치인들의 전반적인 자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 같다고 최 교수는 풀이했다.

그는 “시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민협의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나도 대학교 때 시위를 벌이다가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맨 적이 있지만 운동권 출신들이 운동 전력을 내세워 정치권으로 대거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물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열정으로 국회에 들어오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으나 학생 시절 한때 간부로 활동했던 것을 무기 삼아 국회 진출을 노리는 것은 특권의식에 눈먼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민주화나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왜 이야기 못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인데 이러한 차별은 강성 노조에 의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그는 “거리를 점거하고 시위할 권리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가 상충한다면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가 우선한다”며 “폭력을 일삼는 시위 문화도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하면 제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팬클럽 수준에서 머문다면 팬덤 정치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법으로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했으면 하고, 전임자가 남겨놓은 것 중에서 선별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권력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스웨덴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쇠더른턴대를 거쳐 2016년부터 린네대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 최 교수가 본 스웨덴 의료

“건국 이후 집단행동 한 적 없어
정치권·시민단체 등 협의 통해
의사 처우결정이 韓과 다른 점”

스웨덴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직업과 기관은 의사와 병원이다. 한국 의사들이 평균 연봉 3억∼4억 원을 버는 것과 달리 스웨덴 전문의의 평균 연봉은 1억 원대다. 세율도 52%다.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박봉을 받지만 스웨덴 의사들은 단 한 번도 파업을 한 적이 없다. 이들은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직업적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 스웨덴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스웨덴 의사 연봉은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사기업 경영인이나 연예인 등보다는 낮다”며 “스웨덴 의사들은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강해 국민 신뢰도는 아주 높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도 의대는 상위 1% 인재가 간다. 의사는 법조인, 정치인과 더불어 스웨덴 사회를 이끄는 3대 엘리트다. 스웨덴 국민은 사법부 판단을 의심하지 않듯이 의사 진료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여론조사기관 SOM이 기관 신뢰도를 조사하면 의료기관은 매년 1위를 차지한다. 이는 의사들이 의업(醫業)의 본질을 지키면서 존재 이유를 입증한 결과다. 최 교수는 “대다수 의대생이 의사가 되려는 이유는 신분 상승이나 돈이 아닌 사람을 살리겠다는 소명 의식”이라며 “의사들도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주의인 스웨덴에선 의사의 80%가 공무원 신분이다. 월급은 전공의는 600만∼650만 원, 전문의는 900만∼1000만 원 정도다. 다만 환자를 많이 보진 않는다. 스웨덴 의사는 하루 평균 환자 2.7명(2023년 기준)을 진료한다. 정부가 의사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 수를 제한해서다. 이에 경증환자는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없다. 반면 중증·응급환자는 최우선적으로 진료받는다.

스웨덴 의사들은 건국 이후 집단행동을 한 적이 없다. 최 교수는 “스웨덴에는 의사는 연봉 인상을 위해 파업할 수 없다는 의무규정이 있다”며 “의사도 환자 곁을 떠나는 파업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권,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의사 처우를 결정한다. 최 교수는 “평균 진료시간은 약 30분인데 의사가 환자를 정성스럽게 대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며 “국민이 의사를 존경하는 배경에는 돈과 거리가 멀지만 환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란 강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

오랜만에 조금 깊이가 있는 외국 이야기라 인용하였습니다. 서두엔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과 정리한 사람이 있는데, 아래의 책임지는 기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네요. 원래 이런 것인가요?

근래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 기사가 조금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없어서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의 임기와 자격정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손질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