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일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선생님이 나한테 ‘이 인간아’, ‘1,2학년 제대로 나온 거 맞냐’고 했어.”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선생님한테 심한 말을 들었다”고 부모에게 털어놨다. 담임교사의 학대를 의심한 부모는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었다. 녹음 파일에 담긴 교사의 폭언은 “구제불능", “애정결핍” 등 그 정도가 심각했다. 결국 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이 녹음파일을 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까.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의 녹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하급심(1·2심)에서 증거능력 인정됐지만 대법원서 뒤집혀=초등교사의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판결을 확정하지 않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께 서울 광진구의 초등학교 3학년 피해아동에게 수업시간 중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인간아 너 때문에 선생님 이마에 주름 생겨”, “쟤는 맛이 갔어”, “쟤는 자기 이름 하나 아나봐” 등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 대한 폭언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의 혐의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넣어둔 녹음기 덕분에 드러났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이 점에 주목해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타인간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유죄 인정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하급심(1·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학부모의 신뢰를 저버리고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정서적 학대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일부 발언을 내용상 무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택했다.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1형사부(부장 유남근)는 “A씨의 행위가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학대행위에 해당하는 게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해당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상 보호의 대상이 되는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피해 아동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스스로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A씨의 발언이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으며, A씨의 행위가 중대한 범죄에 해당해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증거능력 부정”=대법원은 원심(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해당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며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됐을 뿐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아동의 부모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당사자이므로 해당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유무죄에 관해 최종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선 대법원 판례 원칙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유사한 쟁점의 사건들에 대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예를들어 웹툰작가 주호민 씨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도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씨 측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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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학부모는 아동의 법적 대리인입니다. 어차피 아이는 법적으로 자기 결정권이 제한되는 존재입니다. 특히 초등 3학년이라면 고작 만으로 8살이니, 녹음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판단할 주체가 되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녹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부의 대법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아이들 스스로 녹음을 결정하란 뜻인가요? 말도 안되는 소리(말과 소리는 뜻이 다릅니다. 정말로 소리로 보이네요.)는 대법관들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악의적인 대상으로부터 보호하죠? 고법에서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같은 판결을 내려 이번엔 전원합의체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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