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아다니는 프라이드는 옛날 차와 전혀 다르므로 이 글의 대상이 아닙니다.


옛날에 프라이드를 모는 사람이 좀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몇 번은 직접 옆자리에 타 보기도 했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좀 가물거립니다. 그렇지만 비교적 넉넉했던 것 같았습니다. 문이 3개짜인 차입니다. 나중엔 다양해졌습니다만 보통 프라이드 오리지날이라고 말하면 양쪽의 문 하나씩과 뒤쪽 문해서 세 개짜리를 말합니다.


아내의 첫 차도 프라이드였었는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출퇴근에 불편하기도 하고, 제 차도 있으니까 두 대는 무리라고 판단되어 처분했습니다. 두어 번 몰아보았는데, 이게 수동이여서 경사가 있는 골목길에서는 곤란했습니다. 당시엔 아직 초보운전자였던 것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식은, 차가 튼튼하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출고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당시 다니던 병원 지하주차장 입구 옆의 벽을 받았는데, 벽돌만 부스러지고, 차는 멀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제가 일으킨 최대의 사고도 이 차가 당했습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대청댐 인근에서의 사고입니다. 면허를 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차(아직 세피아를 사지 않았을 때입니다.)를 몰고 연수차 대청댐으로 갔습니다. 11월이었는데 굽은 길을 인지 못해서 논에 추락했습니다. 논바닥과 충돌한 부위의 앞바퀴 축이 뒤틀렸지만 다행히 모든 사람이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조금 긁히는 정도의 부상만 입었습니다.


농기계 들어가는 길로 해서 겨우 다시 길로 끌어올렸더니 차가 조금씩 옆으로 갑니다. 축이 틀어졌으니 당연하지요. 차주에게 나중에 수리비를 전액 지불했습니다. 당시엔 결혼하기 전이었거든요.


이 차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자동으로 선택하고 세피아를 샀습니다.


 * * * *


군대에 있을 때 군의관 하나가 몰던 차도 프라이드입니다. 어느 날(국경일이여서 등산을 하고 그 집에서 잔 다음 날) 출근하려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잘 달리기에 '잘 달리네!'라고 한마디 했더니 더 빨리 몰더군요. 이런 건 사람들이 보통 보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는 것과, 길 어디쯤인지를 잠시 깜박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더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마지막 삼거리가 나왔습니다. 삼거리 정면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 두어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죠. 차가 안개 속에서 튀어 나오니 다들 혼비백산해서 달아났습니다. 차는 미끄러지면서 가까스로 충돌을 면했고.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웃어도 됩니다. 사고가 났더라면 울어야 했겠지만. 아, 이 군의관은 피부과 의사였는데, 독특한 병이 하나 있었습니다. 병이 아니라 체질이라고 해야겠지요. 다름이 아니라 운동성 장 알레르기라는 병입니다. 격심한 운동을 하면 몇 시간 뒤 장염이 생겨서 배탈 증세를 보이는 병입니다. 앞에 썼던 등산(북한산 백운대)시엔 저를 훨씬 앞서면서 기운차게 걷더니 밤에 배가 아프다면서 쩔쩔매던 게 생각 납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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