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차를 몰았습니다만 큰 사고는 별로 없었습니다. 첫 차인 세피아는 15만 킬로미터를 타고 아내에게 줬고요, 어쩌면 수리를 해야 할 만한 상황이 세 번 있었습니다. 두 번째 차인 트라제는 7만 4천 킬로미터를 주행하였고, 수리를 할 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세 번째 차인 아이오닉이야 아직 3천밖에 안되었고, 사고는 없었습니다.


세피아의 경우 1996년 경에 앞에 서 있던 버스를 받았습니다. 버스에는 아무런 흠이 없었고, 제 차는 앞 범퍼에 구멍(버스 배기구로 인한 구멍)이 나서 중고로 갈아끼웠습니다. 이게 유일한 사고로 인한 수리내역입니다.


2002년 경에 이면도로 사거리에서 직진 중이었는데 오른쪽에서 차가 급하게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 차는 우회전 하려고 했는데 차량 3-4대는 다닐 수 있는 제가 가던 길의 왼쪽 끝까지 와서는 오른쪽 앞 바퀴 펜더 부분을 받았습니다. 저는 길의 오른쪽으로 주행하다가 피하기 위해 왼쪽 끝까지 갔지만 전신주를 박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충돌하였습니다. 그 차는 범퍼가 제 펜더에 끼어 박살이 났습니다. 쌍방 과실을 주장하기에 몇 가지 점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1. 내가 먼저 진입하였다.

2. 나는 직진중이고 당신은 우회전 중이었다.

3. 나는 받힌 차고 당신은 박은 차다.


일단 출근해야 하니 각자 연락처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출근 도중에 그 당시 주로 정비를 맡기던 곳에 가서 상태를 알아보았습니다. 정비사는 펜더를 펴고 판금도장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사실 앞문이 안 열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는 일단 문만 열리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렛대로 펜더를 약간 펴서 문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라카를 뿌리고 그냥 끝내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니 주변인들에게 물어 보았는지 태도가 수그러들었더군요. 그래서 각자 자기의 차를 수리하자고 제안했더니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수리를 안하고 나중에 폐차할 때까지 다녔습니다. 비가 안 새고, 바람이 안 들어온다면 이 정도는 그냥 다녀도 된다는 게 제 원칙이니까요. 오히려 남들이 두고두고 우그러든 부분을 가지고 뭐라 이야기 했습니다.


그해 겨울에 명동 신세계 백화점 동남쪽 모퉁이에 있는 사거리(고가차도 밑에서 좌회전 및 유턴하는 곳인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에서 좌측 차로(두 차로가 유턴용이고 그 중 오른쪽은 좌회전 겸용입니다.)에 있던 차가 뜻밖에도 좌회전을 하겠다고 제 차를 밀어붙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거길 처음 오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차가 붙기에 몇 미터나 피하다가 결국은 길게 긁혔습니다. 앞뒤 문이 조금씩 우그러들었지만 열고 닫는데 지장이 없어 보여서 그냥 가시라고 했습니다. 심하게 벗겨진 곳은 라커를 뿌리고요.


그외의 사소한 사고들이야 열 번쯤 됩니다만 언급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좋은데, 굳이 수리까지 해서 반짝반짝 하게 보여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반대로 어느 날 집에 차를 넣기 위해 골목에서 차를 돌리고 있는데 바짝 붙어 서 있다가 범퍼에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흠집이 나자 범퍼를 갈아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분이 있더군요. 미안하다, 초보다고 계속 주장해서 넘어갔습니다만. 차가 삼거리에서 돌고 있으면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 줘야 그 차는 빨리 돌릴 것이고, 자기 차는 안전하고 또 빨리 지나갈 수 있을 텐데, 회전 반경에 바짝 붙어 서는 심보는 뭘까요? 급할수록 돌아가라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거든요.


그 외에는 남에게 수리를 하게 할 만한 상황은 트라제가 한 번 있었습니다. 앞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램프 입구에 있어서 (가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잠시 오른쪽을 보고 다시 앞을 보니 제 차 바로 앞에 있더군요. 후진등을 본 것도 같은데 불확실했습니다. 아무튼 충돌 당시에는 제동등만 들어온 상태인데 제 차가 살짝 박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뒤의 범퍼가 내려앉더군요. 낡은 차를 박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해서 수리를 해줬습니다. 22년 운전 경력 중 유일한 보상입니다. 나중에 보험사에서 56만원을 보상해 줬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지금까지 20여 년간 천만 원 정도 보험료를 지출했는데 보상은 고작 56만 원이라니. 뭐, 안심하고 다닌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고장으로 인한 수리는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97년 경에 디스트리뷰터가 고장나서 결국 교체했습니다. 그 때 놀란 것은 기아차서비스의 재고품목 관리화면에서 전국에 그 부품이 딱 3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으니 결국 주변의 가게에서 구해와서 교체했지요. 그런 시스템이라면 차라리 주변의 순정부품 판매자에게서 즉석으로 조달받는 게 편리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두 번째는 역시 세피아로 2001년 경인가 퇴근길에 갑자기 본넷으로 김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언뜻 계기판을 보니 온도가 상승하였더군요. 평소에 지나다니기만 했던 카센타 마당에 세우고 (밤 11시 반인가 그랬기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메모지를 붙여 놓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들러 고치고 인수했습니다. 원인은 라디에이터가 터진 것입니다.


아내는 저랑 비슷한 시기에 운전 면허를 땄는데(한 달 빠릅니다.) 첫 차는 프라이드였고, 금세 팔고는 운전을 안했습니다. 10년 뒤 제가 몰던 세피아를 이어 받아 운전했습니다. 새로 차를 안 산 이유는 사고를 낼까 봐. 2년 정도 세피아를 끌고 다니니까 고장이 잦아졌습니다. 연비도 나빠지고 있던 터라(연비는 운전자 특성 때문이겠지요.) 엔진이 안 좋다, 내려봐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폐차해 버렸습니다. 중고로 팔면 50 정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에 엔진도 안 좋다는데 그걸 남에게 팔아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하고는 폐차시켰습니다.


그리고 모닝을 샀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모닝을 끌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트라제는 아내에게 주고) 트라제가 크다면서(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안 큽니다. 소나타랑 비슷할 겁니다.) 모닝을 타겠다고 해서 굳어졌습니다. 2년 남짓한 세피아 운전 기간 동안 연석을 긁으면서 타이어를 찢어서 둘인가 갈아야 했습니다. 모닝도 조수석 문을 어딘가에 긁어서 칠이 벗겨질 정도였습니다. 초기에 그랬고, 지금은 괜찮게 운전합니다. 차가 작으니 딴 데 한눈을 팔지만 않으면 부딪힐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얼마 전부터 엔진 소리가 안 좋아졌는데, 카센타에서는 무서운 소리(엔진을 내려야 한다, 정도)만 해서 그냥 버티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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