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가다가 언론에서 주차 문제를 언급할 때 나오는 주제입니다. 꽤 좋은 제도이긴 합니다. 저희 동네도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은 공터가 반 이상인데 골목마다 차가 잔뜩 서 있습니다. 분명히 건축 면적에 따라서 그리고 가구수에 따라서 주차면을 확보하게 되어 있지만 길거리에 서 있는 차가 엄청납니다. 아침에 일찍 나가는 일이 생긴다면 차들 사이를 잘 빠져나가야 합니다. 어떤 구간은 100미터나 차가 서 있어서 만약 반대편에서 차가 온다면 꼼짝없이 한 쪽에 서 있어야 할 정도입니다. 거긴 아직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은 구간인데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주차장 관리에 관한 법은 너무 엄격해서 반드시 흰색으로 구획을 긋게 되어 있지요. 마당에 그냥 세우면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적어도 준공 검사를 받으려면 줄을 그어야 합니다. 저희 집은 마당이 넓어서 얼마 전에 일시적으로 차가 세 대가 된 때에도 셋 다 아무런 무리없이 차를 돌려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주차장 자리는 현재 차가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진입로에 줄을 그어 놓은 곳입니다. 차가 두 대이므로 하나가 서면 다른 차에 방해가 되니까 그곳엔 안 세웁니다.


다시 돌아가서, 차고지 증명제는 사실 반의 반쪽짜리 정책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대체로 야간에만 유용한 것입니다. 주간에는 보통 차를 몰고 근무지에 가져갑니다. 차고지와는 무관한 장소죠. 밤보다는 낮에 주차와 관련해서 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차고지 증명제로 주차난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그래서 차량 진입을 막으려는 시도와 강력한 불법주차 단속을 병행합니다. 동시에 주차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주차장에 세우는 게 단속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길 때 불법주차 문제가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울 장소가 없다면 불법주차는 없어질 수 없지요. 하나만 해서는 안되고 둘을 마치 손등과 손바닥처럼 하나인 양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희도 처음엔 이 땅에 건물을 두 개 지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꿨는데, 버려두기엔 땅값이 너무 비싼 게 흠입니다. 사람이 여유를 부리면서 넉넉하게 살려면 땅값이 싸야 합니다. 비싸니까 최대한도로 건물을 올리는 것이지요.


원래는 대지경계선에서 2미터를 후퇴하여 건축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북쪽만 2미터 또는 건물 높이의 1/2 이상을 이격하도록 되어 있는데, 만약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넓은 땅이 아니면 집을 짓기 곤란합니다. 단, 도로쪽은 붙여서 지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 지역에 많은 50평(165평방미터) 정도 되는 땅이라고 합시다. 정사각형이라면 한 변이 12.8미터쯤 되는 땅입니다. 법대로 하자면 집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은 95평방미터밖에 안됩니다. 만약 14*12짜리 땅이라면요? 10*10(=100) 또는 12*8(=96)이 가능한 면적이 됩니다. 그런데 앞의 계산에서는 차를 세울 공간이 없네요. 차는 2.5미터(현재는 2.3미터일 겁니다) 정도의 너비와 5미터의 길이가 주차장으로써 필요합니다.


차를 세워 보시면 아시지만 승용차일 경우 차량의 크기가 사이드 미러를 빼도 1.8미터가 넘는 게 보통이지요. 담이 있다면 5센티미터의 여유만 둬도 2미터를 잡아먹게 됩니다. 사이드 미러가 접힌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튀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30센티미터의 공간으론 옷을 더립히지 않고 움직일 수 없으니 결국 적어도 2.5미터의 공간을 주차장에게 내줘야 하므로 위에 나온 건축면적은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주차가 불가능한 곳에라도 일단 규정에만 맞는 줄을 그어 준공을 통과한 다음 차를 길에 세우게 됩니다.


낮의 주차문제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긴 하지만 어쨌든 차고지 증명제를 하려면, 정말로 엄격하게 해서 국민 모두에게서 억! 소리가 나도록 할 각오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걸 주도한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차량이 대세가 되면 차를 안 사도 되니 차고지 증명제는 쓸데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차를 사는 사람은 넉넉하게 사는 사람이라서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을 것이고 나머진 차를 안 사도 될 테니까요. 하, 복잡해지네요. 차고지 증명제, 꼭 해야 하는 정책일까요?


주차난 해소를 하고자 한다면, 먼저 수요가 있는 곳에 주차장을 필요한 만큼 만들도록 강제하고, 동시에 강력한 주차단속을 해야 합니다. 차고지 증명제는 차를 새로 구입하는 걸 막아서 간접적으로 주차난을 덜 수 있는 정책입니다. (주차난에 관련해서는.)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