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기타/옛날에 2017. 4. 18. 18:48

제 평생에 (비록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손목시계를 세 개 사용했었습니다.


첫 번째는 어렸을 때였는데,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입니다. 1970년대 초반에 웬 손목시계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미국에서 귀국하시면서 차고 오신 것을 한국에서 다시 시계를 구입하시게 되니까 저에게 주셨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세로로 약간 긴 사각형에 가까운 것이었고, 시계줄은 금속이지만 스판덱스처럼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내층하고 외층이 있고 둘 사이를 판상 스프링 같은 게 있어 형태를 유지하는 것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옛날에는 좀 있었던 형태인데, 요즘은 못 본 것 같습니다. 장점은 빠져나갈 염려가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잘못 손을 끼우면 판 사이에 살이 끼여서 엄청나게 아프다는 것이지요. 1-2년 내에 망가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젠가 분해를 해보았는데, 작은 톱니가 몇 개 나왔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시계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받았습니다. 역시 무리를 하신 것일 텐데 3학년 때인가에 종로에 있는 학원(당시엔 종로에 학원들이 많았습니다.)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불량배가 다가와 풀어달라고 해서 빼앗겼습니다. 2-3주 후 신문에 종로일대에서 중고등학생에게서 손목시계 몇 백 개를 빼앗은 깡패가 붙잡혔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아무튼 없는 살림에 장만했던 시계이므로 다시 살 수는 없었습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은 대학에 진학한 다음에 받았습니다. 다니다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그게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1982년 정도는 되겠네요. 이건 아직도 집에 있을 겁니다. 아내나 애들이 버리지 않았다면. 오리엔트시계이고, 21석인가 19석인가 그랬습니다.


대학 내내, 전공의 시절, 군 시절, 그리고 결혼 후에도(결혼 시계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필요 없는 건 하지 말자는 주의여서. 사실 결혼 반지도 필요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시계든 반지든 하나는 꼭 해야 한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셔서 결국 반지를 했습니다. 전 반지를 안 끼고 다니니까 어딘가 처박혀 있겠죠.) 쓰다가 제주도에 온 다음 어느 날 고장이 났습니다. 2006년인가 7년 경입니다. 동문 로터리 근처에 잘 수리하는 데가 있다고 해서 맡겼는데 금세 또 고장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을 맞추려고 하면 시계 문자판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마도 전에 수리를 하면서 접착부위를 망가뜨린 듯합니다. 그래서 풀어서 서랍에 넣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주로 머무는 장소는 직장, 집, 그리고 그 사이를 이동할 때 사용하는 자동차가 고작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항상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므로 더이상 시계가 필요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계 없이 잠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니까 손목이 자유롭더군요. 겨울에 손목이 시린 증상도(묵직한 쇠붙이가 사라졌으니) 없어졌고요. 그래서 없이 살기로 했습니다.


10년쯤 지나니까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갑갑해 보입니다. ㅎㅎㅎ


지금은 시각 확인할 일이 별로 없더군요. 아침에 애들 학교에 데려다 준 다음 직장에 가서 지내다 보면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불을 끕니다. 그러면 저녁 6시입니다. 9시에 애들 데리러 가는 날이면 그냥 머물다가 모니터나 벽의 시계를 보고 시간 맞춰서 나가면 그만이고, 집에 가서 기다린다 해도 벽의 시계나 모니터를 보면 되고요, 차 안에서는 차의 시계를 봅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버릇은 없으니 기껏해야 회의차 타 지방에 가면 걸어가면서 가게에 시계가 있나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어차피 대부분은 시간을 맞춰서 이동하니 보나 안 보나 상관없거든요.


주변으 다른 이들은 대체로 휴대전화로 시계를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고 다니는 사람도 꽤 됩니다. 뭐, 각자의 생활이니 남이 뭐라고 할 주제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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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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