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기사를 보시면 왜 다양한 게 좋은지 아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보통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표현되는 의견도 달라지죠. 물론, 언론사에서 서로 다른 기사를 쓰려고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획일된 생각보다는 다양한 생각이 좋습니다.


===========================================


광고
최근 수액 세트 제품 2개에서 날벌레·바퀴벌레가 나오면서 수액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생후 5개월 된 영아에게 주입하던 수액에서 날벌레가 나왔다. 또 같은 날 인하대병원이 투약하기 전 수액 세트에서 바퀴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 수액은 혈액을 거쳐 뇌·심장으로 가기 때문에 안전성이 생명이다.

식약처가 19일 문제가 된 성원메디칼·신창메디칼 제품을 회수한다고 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수액 백이 아니라 수액 세트다. 수액을 인체에 연결하는 점적통(약이 천천히 나오게 하는 장치)과 링거 줄을 말한다.

국내 일반 수액 세트 제조·수입업체는 58곳이다. 121개 제품이 허가돼 있다. 한 해 약 1억8000만 개가 쓰인다. 수액 세트는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쳐주지 않는다. 수술이나 주사 행위료에 포함돼 있다.

‘저가’ 수액 세트 들여다보니
가격 구조
● 업체·제품 수 : 58개사 121개
● 수가 보상 : 제품별 수가 없어, 병원서 최저가 입찰
● 제품 공급 금액 : 100~300원(개당)
● 업체 이익 : 1~2원(평균)

제조 상황
● 해외 위탁 증가(필리핀 등) → 관리 미비 가능성
● 육안 중심 품질검사 → 작은 이물 확인 어려움
● 중소기업 중심 제조 → 치열한 경쟁으로 마진 하락

정부 대응
● 건보 수가 논의 미진
● 업체 품질 관리 특별 점검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각 업체]
큰 병원들은 일반 수액 세트를 입찰로 구매한다. 다른 제품과 끼워 구매하기도 한다. 최저가를 써낸 제품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수액 세트 가격이 개당 100~300원으로 떨어진다. 한 대형병원은 1~2년 단위로 수액 세트만 단독으로 입찰해 구매하며 개당 230~240원에 구매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제조업체는 개당 1~2원의 마진밖에 남기지 못한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전’ 단위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신창메디칼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낮은 가격으로 품질을 유지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위탁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날벌레가 나온 성원메디칼 제품은 필리핀에서 제조해 들여왔다. 반제품으로 들여와 한국에서 멸균작업, 박스 포장 등을 한 뒤 납품한다. 이렇게 해서 국산으로 표기해 판매한다. 해외 위탁 공장도 국내처럼 생산에서 출고까지 먼지·해충 등이 들어가지 않게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이 적용된다. 하지만 수작업이 많은 데다 클린룸(무균시설) 같은 첨단시설이 미흡해 위생이 국내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수액 세트를 제조하는 P사 대표는 “해외 공장에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벌레가 들어가는 걸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제품 포장을 할 때는 거의 수작업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벌레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공장에서도 자체 품질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고가의 점검장비를 쓰기보다 육안검사에 의존한다. 작은 벌레를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다. 황성주 연세대 약대 교수는 “제조 과정에서 GMP를 제대로 지키면 방충·방서장치가 설치되니까 쥐는 물론이고 날벌레도 전혀 들어갈 수 없다”며 “완제품에 벌레가 들어갔다는 건 GMP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선태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장은 “자동검색장치를 사용해 품질검사를 하지 않고 사람이 할 경우 미세한 이물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전수가 아니라 샘플검사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원메디칼 관계자는 “벌레가 나왔다는 제품은 국내 출고 전 조사에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액 세트의 품질을 높이려면 별도 수가를 인정하거나 기본 품질 규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수액 세트 제품 수가를 별도로 인정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별도로 인정하면 불필요한 사용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수액 세트 제조업체 P사 대표는 “수액 세트 가격이 올라갈 수 있게 수가 구조를 바꾸고 국내에서 최대한 많은 공정이 이뤄지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


[동아일보]
‘벌레 수액’ 사건에는 징조가 있었다. 해당 제조업체들이 최근 3년 내 수차례나 같은 법령을 어겨 정부에 적발된 것으로 20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국은 형식적인 조사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다. 중대한 위생·안전 관리 의무를 어긴 의료기기 업체는 곧장 제조 허가를 뺏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 18일 이대목동병원과 인하대병원에서 연달아 “수액세트(수액 주머니와 주삿바늘 사이에서 수액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연결관)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를 각각 접수했다. 인하대병원은 사용 전에 발견했지만 이대목동병원에선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생후 5개월 영아가 이 수액세트로 수액을 맞았다.

식약처가 제조업체인 충북 청주시 ‘성원메디칼’과 경북 구미시 ‘신창메디칼’에 조사관을 보내 보니 부실 검사 정황이 줄줄이 드러났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제품을 병·의원에 보내기 전에 반드시 벌레 등 이물이 없는지, 표기가 정확한지 등을 자체적으로 검사해야 하지만 성원메디칼 등은 검사일지를 텅텅 비워뒀고 제품 견본도 남기지 않았다. 식약처는 성원메디칼에 해당 제품 제조 중지 30일을, 신창메디칼에는 제조 중지 15일을 각각 명령했다.

이 업체들이 부실 검사로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창메디칼은 지난달 22일 당뇨병 환자용 주사기 중 바늘 끝에 실리콘이 고여 있는 불량품을 걸러내지 못해 제조 중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식약처 조사관들은 당뇨병 환자용 주사기를 만드는 과정만 살핀 뒤 돌아갔다. 불과 일주일 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 업체의 일반용 주사기에서 모기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2차 현장조사를 벌여 “업체를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액세트를 만드는 공장은 정부의 2차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주사기를 만드는 공장과 다른 건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식약처는 한 달도 안 돼 불량 수액세트 신고를 받았고, 2차 조사 때 건너뛰었던 바로 옆 공장으로 3차 조사를 나가야 했다. 수액세트 제조 공장에선 부실 검사뿐 아니라 불량품과 적합 제품을 뒤섞어 보관하는 등 여러 법령 위반 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1, 2차 조사에서 해당 업체의 모든 공장을 전반적으로 점검했다면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뜻이다.

성원메디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필리핀 공장에서 위탁 제조한 수액세트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병원에 납품해 제조 중지 37일 처분을 받았다. 이대목동병원에 벌레가 든 수액세트를 납품하게 된 과정과 판박이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 업체를 지난해 적발한 이후 후속 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 업체가 2014년 10월에도 카테터(의료용 튜브)를 부실 검사해 제조 중지 15일 처분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같은 잘못을 저지른 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는 다음 달 중 주사기와 수액세트를 만드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를 불러 모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량 의료기기가 발견돼 신고나 민원이 접수돼도 해당 제품만 조사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1차 위반만으로도 폐업 혹은 제조허가 취소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령을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하나는 경제적인 측면으로 접근했고, 하나는 규제/감독의 측면에서 쓴 것입니다. 둘 다 맞는 말이긴 하죠. 둘 다 본다면 잘 몰랐던 사람도 본질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사라는 것은 독자에게 충격량이 상당해야 하므로 과장이 좀 끼어들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진이 1-2원이다라는 것. 1년에 국내에서 1.8억 개가 쓰인다고 위에 나옵니다. 마진이 2원이라면, 3.6억 원이 남습니다. 업체수가 무려 58개이니 업체당 이익이 연간 고작 600만 원입니다. 사실이라면 누구도 뛰어들지 않을 분야입니다. 한 업체로도 충분하겠지요. 뭐 이 정도야 누구나 짐작하실 수 있는 것이라서 의견을 추가했습니다.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