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5일자]

"친구에게는 아토피(Atopic) 피부염(皮膚炎)이 있어요. 아토피 피부염을 조절하기 위해선 특정 알레르기(Allergy) 항원(抗原)을 차단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소양증(搔癢症)이 있을 때 보습(保濕)을 더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한 초등학생 환자가 이달 중순 아토피 피부염 진료를 받기 위해 의원을 찾았다. 진료를 마친 환자는 갸우뚱한 얼굴로 진료실 문을 나선다. 수납을 위해 잠시 대기 중인 환자에게 진료 후기를 묻자 "아무 생각이 안들었어요. 어려운 말이 많이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소양증, 항원, 알레르기 등은 관련 기본 배경지식이 없다면 어른들 조차 알아듣기 힘든 의과학 용어들이다. 다년간 소아 아토피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민아림 민앤민의원 강남점 원장은 "의학 용어 중에는 한자어가 많아 의료진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은 종종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문제는 소아청소년 환자에 집중된다. 민 원장은 “어르신 환자들의 경우 신조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반면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한자어를 많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한자어에 익숙하지만 나이가 어린 환자들의 경우 한자어는 ‘전혀 모르는 외국어’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국내 의학 용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영미권 국가에서 그리스어나 라틴어가 갖는 비중만큼 크다. 과거 서양의학을 직접적으로 들여오지 못하고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가 2020년 발간한 의학용어집 6판에는 7만6000여 용어가 수록됐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한자어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진들은 한자어에 익숙치 않은 환자들을 위한 진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진료의 이해도는 결국 치료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한자어를 대체할 용어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한다. 

민 원장은 “동네 병의원 진료에서 직접적으로 쓰이진 않지만 ‘장골’, ‘치골’과 같은 용어는 대체어를 찾는 것이 힘들다”며 “앞서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용어를 순화하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의사들의 오랜 언어습관을 바꾸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비유를 통한 친절한 진료에 힘쓰고 있다. 피부를 ‘아기돼지’에 표현하고 건조한 공기를 ‘늑대’에 빗대고, 피부장벽은 아기돼지들을 늑대로부터 보호해주는 ‘벽돌집’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러한 비유법은 실제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가 있다. ‘아기돼지 비유법’으로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2학년생 조민아 양은 “한자어가 섞인 설명을 들을 때보다 무슨 이야기인지 더 알기 쉬웠어요”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하거나 시각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료진도 있다. 한자어가 어려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선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민 원장은 "전문 의료인이 사용하는 한자어를 무리해서 바꾸는 것보다 어린 환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대화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박정연 기자 jawon1212@donga.com,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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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일 윗 줄에 있는 식으로 아이에게 설명했다면,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어휘선택 잘못이죠.

의학용어는 일반인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의학 관계자를 위한 용어가 의학용어입니다. 모든 직종에는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뜻을 가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게 (전문)용어입니다. 우리가 자동차 용어를 몰라도 자동차 운전하고 다니는 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건축 용어 몰라도 집을 짓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의학용어는 일반인이 몰라도 됩니다. 의사가 그것을 풀어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전문용어는 자주 바꾸지 않아야 합니다. 바꾸면 관련자 전원이 바뀐 것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해도 100만이 넘는 사람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반인과 하등 관계 없는 것을 일반인 시각에 맞춰 바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의 소치입니다.

그리고 자꾸 한자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데, 우리가 쓰는 말의 반 이상이 한자어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 사람들도 대부분은 지장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간혹 오해하는 게 있을 뿐인데 이는 경험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겠지요.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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