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차가 하나였을 때에도 보험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차를 빌려달라고 하여서 빌려주기로 했었는데 이런 일시적인 운행에서 자동차는 변화가 없고, 운전자가 변하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빌리는 사람이 다른 차를 운전한다고 신고하고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차량 위주로 보험이 관리되다 보니 보험사에서는 차주에게 보험료를 내라고 하더군요.

관리 대상이 자동차이고, 이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보험 가입자(차주)이니 타인이 운행하는 상황에서 부담을 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이지요. 이는 사실 행정편의적인 사고입니다. 김유신이 갖고 있는 차를 계백이 빌린다고 하면, 계백에 대한 자료가 보험회사에 없을 수도 있고 (요즘은 공동 관리가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과거엔 안 그랬죠.) 계백의 신고(김유신의 자동차를 사용한다는 주장.)를 완전히 믿기도 어려우니 상대하기 편리한 김유신에게 부담금을 물리면 됩니다. 행정적으로는 아주 편리하죠.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보면 어떻습니까? 부담이 늘은 건 김유신 때문이 아니라 계백 때문이니 그 부담금을 지불해야 할 의무는 계백에게 있지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보험 체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늘은 이렇게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차가 일시적으로 두 대가 되었을 때 생각하니 나(차주)는 차를 한 번에 하나만 몰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은 완벽한 두 대 분을 내게 됩니다. 보유자 입장에서는 좀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차의 입장에서 봐도 운행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마일리지 특약이 아니라면)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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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온 게 보험을 인적 부분하고 차량 부분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일단 계약되어 출고하는 차는 차량부 보험1을 들어야 합니다. 대략 현행 책임보험을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여기에 자차를 포함한 차량에 대한 항목들을 차량부2 보험으로 하여 추가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합니다. 종합보험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차량부 보험1,2는 차종 별로, 그리고 (옵션 추가에 따른) 가격 별로 보험료를 산정합니다. 수리비도 각 차종별로 다르니 당연히 절대적인 고려사항입니다. 소나타를 타는 사람은 그랜져 차의 사고와는 완전히 분리됩니다. 확대해 보자면 외제차의 보험료를 국산차가 떠맡을 필요도 없습니다.

현실성 있는 보험료를 위하여 매년 특정 시기에 국토부이든 보험사 연합이든, 자동차 사고를 분석해서 사고율과 차량 보상비를 재계산하고 그게 일정 시점 이후의 보험 계약에서 기초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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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부분은 분리하여 운전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가 몇 대의 차량을 유지하든 상관이 없지요. 인적부1 보험은 마찬가지로 현행 책임보험과 비슷한 성격입니다. 전년도의 모든 대인 보상을 1부에서 담당합니다. 물론 전액이 아니고 기본액만. 사고를 낸 사람은 높아지고, 일정 기간 사고를 내지 않은 사람은 낮은 기본료를 냅니다.

그리고 개인의 특성은 인적부2 보험에 반영합니다. 가입 기간이나 무사고 기간이나 사고율 등을 감안하는 것입니다. 만약, 렌트카를 비롯한 다른 사람 차를 빌린다면, 미리 특약을 들어두거나 해서 처리할 수도 있고, 그 때 그 때 부가금을 내어도 됩니다.

대인 보상이나 대물 보상은 차가 (제작상의)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면 인적 부분에서 담당해야 합니다. 운전한 사람이 정비 및 주시의무를 게을리했던가 졸았다던가, 술을 마셨기 때문일 테니까요. 음주와 마약은 함께 처리해서 보상비를 별도 계산합니다. 당연히 이듬해 계약부터 이들에겐 높은 보험료가 부과될 것입니다.

부가적으로 이렇게 재편된다면 사실상 렌트카를 빌릴 때 추가로 보험에 들 필요가 없습니다. 렌트카 회사가 이미 가입한 차량부1과 빌리는 사람의 인적부1, 2로 다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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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몰 경우입니다. 사고율이 낮은 사람이 차량 여러 대를 가입하고서는 다른 사람이 주로 또는 가끔 몰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지요. 이건 인적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자동차를 몰 수 없도록 하면 됩니다. 무보험자는 사고의 유무 및 경중에 상관없이 처벌하면 됩니다. 자동차가 차고를 벗어나면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보험에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해/손해를 당할 수 있는 타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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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험이란 부의 재분배 기능이 있어서 가능성만 가지고 요금을 내고 혜택은 기여분에 상관없이 받는 것 아니냐고. 따라서 비싼 차라고 많이 내고, 사고율이 높다고 해서 많이 내고 하면 앞에서 말한 대원칙을 어기는 게 아니냐고 말이지요.

의료보험은 많이 벌은 사람이 많은 부담을 하고, 혜택은 반대로 적게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동차의 경우 비싼 차는 대체로 많이 버는 사람이 가지고 있기에 그 원칙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보험의 제1원칙인 <위험의 가능성을 안은 사람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혜택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몰아서 받는 것>을 엄격하게 적용해야겠지요. 위험 가능성을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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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둘 이상 소유한 사람에게 보험료를 올리는 게 타당하다는 기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네요. 이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홀로 두 대를 운행하고 있다면 부당한 요금 인상일 뿐입니다. 기사에서처럼 요율이 낮은 사람의 명의에 편승하는 경우에는 수긍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그런데 그것은 제가 위에서 주장한 인적부 보험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자동차를 몰려면 운전면허증뿐만 아니라 인적부 보험도 들어야 하니까 손해율이 낮은 사람의 명의로 된 차를 손해율이 높을 수 있는 사람이 몰아서 생기는 부조화가 해결됩니다. 반대의 경우에서 생기는 역부조화도 해결됩니다. 일부 보험사에서 주장하는 정책보다는 훨씬 공정한 사회가 되는 정책입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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