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9]

희귀 혈관암으로 15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성이 애초에 암에 걸리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영국 일간 더선은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 스테이션에 거주하는 리사 몽크의 기막힌 사연을 보도했다. 2022년 말 그는 복통으로 병원을 방문해 CT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두 개의 신장 결석과 비장에서 종괴가 발견됐다.

2023년 1월 종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실시된 병리 검사에서 매우 공격적인 형태의 혈관암에 대해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의사는 그에게 15개월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암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2023년 3월 첫 번째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고, 두 번째 항암치료 이후에는 피부색도 변하고 구토 증세도 나타났다.

하지만 그해 4월 병원 진료에서 리사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에 암에 걸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의사는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축하를 건넸고 그는 분노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위는 이렇다. 비장에서 종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혈관육종 말기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장 낙관적인 말은 앞으로 15개월을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리사의 주장이다.

혈관육종은 혈관의 내피 세포에서 발견되는 악성 종양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에 따르면 장기를 포함한 신체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으며 주로 머리와 목의 피부, 간이나 비장, 가슴이나 유방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 대동맥과 같은 주요 혈관, 뼈에도 생길 수 있다.

말기암 진단의 토대가 된 초기 병리 보고서는 병원에 전달됐지만, 병원 정책 상 해당 병원에서는 다시 한 번 자체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애초에 암에 걸린 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리사가 더 분노한 건 병원에서 이후에 실시한 검사 결과 보고서의 날짜가 진료 예약 한 달 전이었단 점이다. 의료진이 결과를 바로 확인만 했다면 2차 항암치료는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리사는 "전담간호사를 먼저 만났을 때 그는 내 증상에 대해서만 물어봤고, 나와 대화하는 동안 컴퓨터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멈추고 겁에 질린 표정이 되더니 의사를 부르려고 뛰쳐나갔다"며 "의사는 의학 용어를 늘어놓더니 내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항암치료가 효과가 있어 암이 사라졌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애초에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설명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은 후 그는 이제 겉으로 보기에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암 환자 같았다.

그는 "그때 의사가 축하 인사를 건넸는데 정말 괴로웠다"며 "당시엔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한 반응이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즉시 중단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자신과 가족이 겪어야 했던 일에 분노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는 여전히 치료비를 지불하고 있다. 암은 치료비가 많이 드는데, 청구서 중 어떤 것도 취소되지 않았다"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로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적으로도 여전히 암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화가 난다. 그들은 내 건강을 망쳤고, 아이들이 인생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호소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

저는 관점을 달리해서 병리의사 시각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이 -- 일부 임상의사도 마찬가지지만 -- 생각하기엔 암과 정상, 약간의 비정상 조직은 뚜렷하게 구분되는 다른 것으로 아시겠지만 -- 데이타 처리하면 코드가 다르니 분명 다른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 병리의사들에게는 여러 가지 소견을 종합해서 자신이 가진 기준과 비교하여 판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를 수도 있고, 몸의 상태가 최상일 때와 최악일 때도 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매우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병리의사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빤히 보이는 것을 놓치기도 하고, 약간 이상한 것을 아주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여 파고들다가 정말로 아주 이상하다고 결론 내릴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잘못된 판정을 나중에 발견하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저도 35년간 일하면서 나중에 봤을 때 잘못된 경우가 간혹 있었고,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종종 주위의 다른 병리의사들의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 저도 여러 번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러 병리의가 한꺼번에 오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실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모든 사람이 최상의 실력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사회에서 불가능한 것이므로, 일반적인 기대는 이 정도에서 방어해야 한다고 학회 같은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정해 놓고, 개인과 기관의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으로 그 수준을 차츰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방향에서 타협해야 합니다.

임상의사의 곤점에서 보자면 병리과에서 그런 진단을 내렸을 때 다른 정보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다음 치료에 들어가야 하니 억울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해당 병원에서 CVR을 실시하고 있었다면 분명 두 번째 결과가 첫번째와 달랐으니 통보가 갔을 것이고, 이를 누락하였다면 의학적, 도의적 책임 모두가 있겠습니다. 어쩌면 작은 병원이라 안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두 번째 결과를 의료진이 인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네요. 나중에 전담간호사가 인지한 것으로 보아 아무도 두 번째 결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추가 결과가 있나 보다로 생각한 듯.

아주 옛날에 (CVR이 없었을 때) 임상의사와 만나 증례토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상피내암으로 알고 있더군요. 어라, 이건 침윤성 암이란 뜻인데? 회의실이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전공의가 진단의 뒷부분을 무시했던 탓이었습니다. 종이 차트니까 밑줄을 그었는데, 뒷부분엔 안 그어서 다들 앞부분만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요즘엔 그럴 일이 없습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외래에서 검사를 하고 반년 뒤 환자가 병원에 왔습니다. 암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임상의사도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았죠. 사실 전자차트는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떤 결과가 있는지 알 수 없기도 합니다. 그새 저는, 그러니까 반년 전에, 암이라고 결과지를 냈었죠. 저야 하루에도 몇 명이나 암 진단을 하니까 특별히 기억해 두지 않습니다. 어느 날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이 환자, 암 맞냐고. 반년 전 것을 기억할 수는 없으니 기록을 찾아 보고 맞다고 했더니 한숨을 푹 쉬더군요. 그 뒤 프로그램이 개편되어 CVR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요즘엔 이런 실수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의사도 사람이니까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화도 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니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적절한 보상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