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8일자]

(서울=뉴스1) 윤다정 박승주 기자 =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의료법 20조2항 위헌 확인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으로 불리는 의료법 20조2항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와 가족 등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해당 조항은 남아 선호에 따른 성 선별 출산과 성비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7월 "의학적으로 인공임신 중지가 어려운 임신 후반기까지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와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을 방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해당 조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09년 의료법이 개정돼 임신 32주 후부터 성별 고지가 허용됐다.

임신한 배우자를 뒀거나 임부 당사자인 청구인 3명은 2022년과 2023년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각각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태아의 성별 고지 제한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부모가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해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함께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고 국민 가치관과 의식의 변화로 전통 유교 사회의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쇠퇴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 근거로 출생성비가 자연성비의 정상범위 내에 있고 2014년 이후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통계청 발표를 들었다.

현실에서는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 성별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가 최근 10년간 1건도 없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가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으므로 성 선별 낙태 방지는 태아 성별고지 제한이 아닌 낙태 관련 국회 개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종석·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단순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을 일거에 폐지하는 방안에는 반대했다.

이들은 "남아선호사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없고 남아선호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 성별에 대한 선호가 있다"며 "출산 기피 풍조가 만연하고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태아 성별고지 제한이 사라지면 성별 선호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의 이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태아 성별 고지를 제한할 필요성은 계속 존재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입법자가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개선 입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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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네요. 그리고,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데 37년이나 걸리다니 한탄이 나옵니다.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전근대적인 인식, 언제나 되어야 없어질까요?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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