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초안입니다. 완성된 게 아니므로 가볍게 읽으시는 것은 괜찮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 * * *


몇 년 전 닭을 삶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올려 놓고 간 것인지 제가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되어 닭을 꺼낼 필요가 생겼습니다.


불을 끄고 나서 닭을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다가 집게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떨어뜨리면 물이 솟아오르겠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사실 매번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처음으로(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로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닭을 떨어뜨렸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닭이 조금 전까지 펄펄 끓던 국물에 빠지면서 대신 그만한 용량의 국물이 올라오는 게 보이더군요. 그리고 순식간에 제 손을 감쌌습니다.


아시다시피 눈으로 보는 것과 손에서 뜨거움을 느끼는 것은 약간의 시간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떨어뜨렸으니까 재빨리 물러서야 하지만 보통은 그런 동작(내팽개치고 물러서기)를 하면 2차 사고(그릇을 쏟아서 이번엔 다리나 발에 화상을 입히거나 옆 사람에게 끼얹기 등등)가 유발되기 때문에 침착하게 물러서는 게 더 낫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손에 있었던 것(닭)은 물속에 빠졌으니 빨리 나오는 게 옳습니다.


아무튼 손에 화상을 입힐 충분한 시간 동안 뜨거운 닭국물 속에 손이 빠져 있었습니다. 아, 뜨거! 하고 느낀 다음 몇 초 뒤 손이 화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맥동성이지요. 재빨리 찬물을 틀고 손을 담갔습니다. 통증이 사라지더군요. 아주 심한 화상은 아니라는 뜻이 되겠지요. 하지만 손을 물 밖으로 빼면 몇 초 뒤 맥동성 통증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통증이라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통증은 염증 반응의 초기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차갑게 하면 사라지니 계속 차갑게 한다면 염증반응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어차피 염증은 염증매개체가 중개하는 것입니다. 염증의 특성상 초기에 억제한다면 염증 자체가 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입을 화상은 1도이거나 가벼운 2도일 것이고, 심한 2도나 3도 화상이 아니므로 대증요법만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화장실로 장소를 옮긴 다음 의자에 앉아서 세면대에 손을 담그고 있자니 통증이 사라지더군요. 맨눈으로 보기에도 손등의 2/3와 손가락의 절반 정도가 붉어져 있었습니다. 집게를 쥔 상태니까 손바닥쪽은 영향이 없었고요. 통증은 삼십 분이 지나도 물 밖으로 손을 빼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반 동안 수돗물로 하다가 그 후엔 얼음팩을 냉동실에서 뺀 다음 수건으로 감싸고 살짝 대는 형식으로 통증만 잡았습니다.


두 시간 반인가 세 시간인가 통증을 잡고 있었더니 상당히 괜찮아졌습니다. 이젠 조금 있으면 잠도 자야 하니 별수 없이 통증을 감수해야지 했는데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괜찮더군요. 일부는 아직도 아프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살피니 어제 붉게 변색되었던 곳의 대부분은 아직은 붉은 기운이 있지만 많이 퇴색하였고, 어제 통증이 남았던 부분(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였습니다.)만 변색된 상태였습니다. 사흘 뒤에는 주변부는 눈여겨보아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고 남은 부위도 약한 1도 화상 정도에 그쳤습니다.


다른 때 입은 화상과 비교해 보면 초기 통증의 강도는 훨씬 심하였지만 충분한 (정말로 충분한!) 냉찜질로 통증을 억제했더니 화상 자체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아마도 내버려뒀다면 손등 전체에 물집이 잡혔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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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반응도 염증의 하나이므로 초기에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면 상해 정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잠정적으로 도출되었습니다. 과학 논문은 재현성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재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남에게도 화상을 입힐 수는 없지요. 화상 입은 분들에게 제 방법을 써보세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병원에 갈 수는 없고, 화상 자체가 아주 심한 것 같지는 않고, 그러나 통증이 있다면, 제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심한 화상이라면 반드시 병원(때로는 화상전문병원)에 가시는 게 나을 겁니다. 폭설/폭우에 갖힌 상황이라든가 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엔 충분한 냉각(얼리라는 게 아니라 통증만 없앨 수 있는 정도니까 우리가 상온이라고 부르는 정도면 될 겁니다.)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단 분명히 나을 겁니다. 그리고, 아픈 걸 참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가벼운 화상에는 냉찜질만으로도 아픔을 없앨 수 있습니다. 안 아플 수 있는데 왜 참아야 합니까?


병원에 가기 전에도 충분히 냉각해야 하고, 가는 도중에도 냉각하는 게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어른이라면 통증의 정도를 알 테니 스스로 조절하면 되고, 아이라면 울음으로 통증을 호소하겠지요. 달래지만 말고, 통증을 없애면서 이동하세요. 옛날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에도 우는 아이들은 울 이유(대체로 아픈 것)가 사라지면 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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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인 뒷받침이 되는지는 조금씩 알아볼 예정입니다. 자료가 있다면, 보강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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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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