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하면 몇 가지가 생각 납니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일화는 단발령에 대해 배웠을 때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신체발부 수지부모> 운운하는 대목이 등장하면서 누구는 도끼를 들고 경복궁 앞에서 시위를 하였다고도 하였습니다. 상투를 자를려면 내 목을 치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단달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굉장히 비장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상투의 유지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더란 말이지요.

뭐, 못사는 부류야 대충 묶으면 그만이겠습니다만, 행세를 하는 집안의 남자들이라면 단정하게 보여야 합니다. 머리카락은 한 달이면 1센티미터 정도 자라니 단정하게 붙들어맨 상투가 허름하게 변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풀어서 매줘야 합니다. 그런데, 숱이 많으면 상투가 너무 불룩하므로 안쪽 머리는 잘라내서 양을 줄였다고 하더군요. 여자들이 몇 년 기르면 금세 엉덩이까지 내려가는 걸 생각해 보면 안 자를 경우 남자들의 상투 크기가 어떻게 되리라는 건 짐작이 갑니다.

머리카락을 함부로 잘라서는 안되기 때문에 상투를 맨다고 하면서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솎아낸다는 것은 상충하는 행위 아닙니까? 의의는 없어지고 형식만 남은 게 상투지요. 이렇게 되면 단발령에 저항하면서 표면상 내세웠던 이유가 무의미해집니다. 결국 단발령에 저항하는 것도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운 것보다는 다른 게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우리가 역대 대통령들을 비난/비판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든 <비난 받아야 할 이유들>도 어쩌면 단발령 때의 <상투>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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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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