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일렉트릭] 28. 차지비(ChargEV) 유감

현대 아이오닉을 사면 차지비에 충전된 26만 원 상당액의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8월에 차를 인도받은 후 카드는 12월에야 받았는데, 원래 차지비 홈페이지 등록 기한(등록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 12월 말일까지였지만 1월 말까지 연장된다는 공고문이 뜬 다음이었습니다. 일단은 고맙더군요. 뭔가를 받았으니 말이지요.

며칠 후 차지비 홈페이지를 방분하니 이 선불카드는 등록 후 1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드의 가치는 최대 26만 원이고 최저는 0원짜리입니다.

저희 집에는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본료가 있기 때문에 안 써도 지불을 해야 합니다. 집의 충전기는 완속 충전기입니다. 따라서 차지비는 급속일 때나 필요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만약 집의 충전기를 쓰지 않고 차지비로 충전을 한다면 전력량 요금이랑 그에 수반되는 부가세 정도를 아낄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급속충전은 뭔가 나쁜 점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완전 충전을 안하고 90%만 충전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도 꽤 되고, 본 것도 무수합니다.

그러므로 제주도에 있는 동안에는 차지비로 계산되는 충전기를 찾아갈 생각이 들지 않네요. 당시엔 기본료의 절반이 할인되는 수준이었으므로 육지에 나가기 전에는 (즉, 급속 충전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쓸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여 처박아 뒀습니다. 1월까지 등록할지 말지 고민해 보자고 하면서요. 며칠 전에 다른 블로그를 돌아보니 여수에 계신 어떤 분은 매달 5만 원 정도를 차지비로 결제하고 계시더군요. 26만 원짜리 선불카드가 잘 사용되는 실례겠네요.

지금은 3년간 기본료를 면제하겠다. 전력량 요금도 절반을 할인해 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으니까 집에서 충전을 한다고 해서 큰 경제적인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더욱더 제주도 내에서는 이 카드를 사용할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자연히 26만 원짜리 선불카드를 받았다라는 생각은 그냥 신용카드 크기만한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받았다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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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26만 원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지불한 돈일 것입니다. 실제로 지불했는지 아니면 사후 정산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의 누구는 현대자동차일 것이고, 뒤의 누구는 포스코 산하의 차지비겠죠.

상법(64조)을 보면 다른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채권은 5년간의 소멸시효를 갖습니다. 그런데 이 선불카드는 1년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네요. 하긴 통신사의 선불 전화는 광고하기로는 기본료가 없고 쓴 만큼 지불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자세히 보면 충전을 미리 해야 하고, 그 충전액의 소멸시효는 액수에 따라 1개월에서 1년 정도입니다. 매달 소멸되는 돈과 기본료가 뭐가 다르죠?  이런 불공정해 보이는 약관들은 법적인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상법 65조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선급금의 법적인 시효는 대체로 5년이라고 하고, 법적인 판결에 의한 경우에는 짧은 것은 무시하고 10년으로 처리됩니다. 이상한 약관을 내세워 고객의 돈을 꿀꺽하는 판매형태가 지속된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휴대전화에서 어떤 것에 사전 충전을 한 경우 환불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불공정 약관이라고 해서 환불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기사가 연전에 나온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생각도 나네요.

아무튼 지금 고민중입니다. 일단 등록하고 혹시 모를 육지행이 있다면 그 때 사용해 볼까 하는 고민 말입니다. 어쩌면 올 연말에는 차를 끌고 서울에 갈지도 모르니까요.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월요일까지는 연휴라서 실제적인 시간은 화요일밖에 없는데, 그 날은 종일 바쁘니 그냥 미등록으로 인한 카드소멸이라는 결론이 날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