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학회 참석

의료 2016. 10. 24. 09:47

서울에서 학회가 있어 참석하였습니다.


목요일 오전부터 시작하여 금요일 오후까지 참석하였습니다.


목요일 오전의 시작 시각이 8시 반입니다.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가면 가까스로 조금 지각하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싶지는 않아서 수요일에 올라갔습니다. 부모님을 방문한 게 추석 때니 그다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그 땐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조금 일찍 올라간 것입니다.


원래는 10시 20분 비행기였는데 항공기 연결관계로 지연되어 11시 몇 분에 출발하게 되었고, 앞의 비행기에 자리가 남았으니 옮겨 줄까 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요금 변화가 없으면 괜찮다고 했습니다. 10시 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였습니다. 원 계획으로는 서울에 11시 반 경에 도착하고, 집에 가면 12시가 조금 넘는 시각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1시 15분 경에 공항 로비에 도착했으니 좀 어긋난 셈입니다.


먼저 전화를 드리고 갔는데, 집에 도착하니 밥이 없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래서 밖에 나가 사 먹고 왔습니다. 몇 년 전에도 이용했던 가게인데, 주변의 음식점 중에서도 제일 허름하고 지저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에 먹은 결과 괜찮았기 때문에 또 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감기로 자주 누우셨고,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아들을 붙잡고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신세한탄이 섞였습니다.


사실 저랑 어머니는 대화가 안되는데 이유는 어머니의 귀가 나쁘고 제 목소리가 작고 저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랑 대화하는 건 대체로 어머니의 일방적인 말씀뿐입니다. 한 두 시간 정도 퍼붓고 나니 만족스러웠는지 아니면 제 반응을 볼 수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잠잠해지셨습니다.


수요일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목요일 시작 시간 8시 반을 계산해 보니 6시 50분에 집을 나서야하더군요. 목요일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부스나 커텐이 없으므로 반쯤 쪼그린 자세로 샤워) 옷을 입고 나니 45분. 밥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아침 일찍 가면 샌드위치를 주는 것 같았기에 그냥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밥 못 먹는 것은 아주 오래간만입니다.


8시 10분 경에 도착했습니다. 옛날처럼 미리 출력된 게 아니라 이름을 말하면 즉석에서 출력해 주는 체제로 바뀐 게 몇 년 되었습니다. 약간 나이가 있는 분이 제 접수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제 이름을 못 알아 듣는군요. 몇 번이나 말한 끝에(고정관념이 있으니 적당히 비슷한 이름으로 자꾸 치환을 해서 입력을 하려고 하시더군요.) 겨우 발급받았습니다. 평점은 나중에 집에 갈 때 다시 들러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 원래는 1시간이 1평점으로 처리되어야 하지만 하루에 6평점까지만 인정된다고 어딘가에 적혀 있었습니다.


오전의 단기과정, 특강, 오후의 세미나와 특강을 마치고 총회 직전에 나왔습니다. 5시 반이 넘었으니 무려 9시간 이상 체재한 셈입니다. 점심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가서 먹고 돌아와서 곧바로 시작하였으니 9시간 정도 학문적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게다가 영어로 강연한 분도 몇 계셔서 머리가 아주 아팠습니다.


집으로 와서 혼자 (부모님은 이미 드셨고요) 저녁을 먹었습니다. 잠시 후 누님이 오셨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데 제가 왔다고 문자를 넣었거든요. 목요일도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금요일은 9시에 시작입니다. 그러니 조금 목요일보다는 늦게 나가도 됩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끝나면 곧장 공항으로 가기로 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구연이 오전 내내 있습니다. 4명이 영어로 구연을 하더군요. 그런데 3명은 영어 발음과 한국어 발음이 달라서 좀 신기했습니다. 같은 말인데 어떻게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지 신기하지 않습니까? 한 사람은 같은 목소리였고요. 잘 모르는 내용을 영어로 들으니 더 모르겠더군요. 듣는 사람은 다 한국 사람인데 왜 영어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을 막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항상 질문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이 구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그래도 몇 시간이나 영어를 들었더니 알아들을 만한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좌장을 맡은 이가 전문의 동기인데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모르는 분야라 좀 들으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대체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만 참석하는 게 대세입니다. 그래서 이 세션은 제일 한가해 보였습니다. 대략 20명 정도가 앉아 있었으니.


오후의 특강들은 역시 영어라서 이제 포화상태에 달한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없기에 포스터를 보러 갔습니다. 처음엔 조금만 보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전부를 보고 있었습니다. 연제 번호 72번에서 281번까지의 210개인데, 8줄로 전시되어 있더군요. 7줄을 보고 나니 공항에 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데스크에 가서 퇴장 확인을 받았습니다. 6시간이 넘었습니다. 이틀 동안 16시간 정도 (식사시간 제외시 15시간) 보고 들었습니다. 사실 두뇌 용량을 초과하는 것이니 첫날 들은 것부터 서서히 휘발하고 있었겠지요.


공항에 가서 비행기 시각을 말했는데, 제가 조금 착각을 해서 다른 시간을 말했습니다. 55분인데 40분으로 말한 것이지요. 뭐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했을 테니 화면에서야 그런 오차는 무시할 만합니다. 어쨌든 역시 항공기 연결관계로 이 비행기는 30분인가 지연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앞의 비행기로 옮겨줄까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20분 비행기로 알고 그 게이트에 가서 가져간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갔습니다. 평소엔 전광판을 안 보는데 갑자기 보고 싶은 생각이 나서 쳐다보니 제가 기다리던 그 게이트엔 그 비행기가 없네요.


주섬주섬 비행기표를 꺼내서 편수를 확인하니 다른 게이트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10분 비행기인데 20분으로 지연된 것이더군요. 실제로 탑승이 시작된 것은 25분이 넘었으니 통상적으로 15분 전에 탑승을 하는 걸 감안하면 40분쯤 출발하는 비행기로 간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에서 문자를 보내고 탑승한 다음 제주에 도착하니 아내는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0분 출발이면 45분에 도착하고, 나오는 데 10분 정도 추가되니 55분에 공항에 도착하면 시간이 딱 맞을 텐데 35분인가에 도착하게 시간을 맞춘 것입니다. 게다가 로딩 브리지로 내린 게 아니라 버스로 이동했으므로 제가 더 늦었지요. 버스로 이동하면서 보니 비어 있는 로딩 브리지가 많더군요. 왜 버스로 이동하게 했는지는 공항이랑 항공사 간의 어떤 흑막이 있었겠지만 저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2박 3일의 학회 여정이 끝났습니다. 학회라는 게 일정상 몰아쳐서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개개인의 능력은 그걸 수용하기 곤란합니다. 대충 듣고 말라는 뜻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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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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