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4일자]

“구급차 운전사 파업하자 공무원이 대타로”…‘노조 천국’이던 나라의 대변신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영국의 노동 개혁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후진적인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며 ‘노동개혁’을 남달리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영국의 대응 방향이 새롭게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영국 쟁의행위 관련 정책의 국내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크고, 최근 정부가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았다”며 영국의 노동개혁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노사협력 순위(2019년 세계경제포럼 자료 기준)가 주요 141개국 중 130위를 기록할 정도로 하위권이다. 2012~2021년 임금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 역시 38.5일로, 영국(12.7일), 미국(8.8일), 일본(0.2일)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공무원들과 만나 노동개혁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노동개혁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는 법치”라며 “산업현장에 노조 간부의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장사를 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하면 민간 경영자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고 비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과제와 공직 사회를 민첩하고 유연하게 바꾸는 ‘정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전경련은 영국의 입법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쟁의 행위 대상이 제한된다. 직접 근로 계약이 있는 사용자(근로자를 고용한 개인이나 법인)에게만 쟁의를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하청노조의 원청 사용자 또는 자회사 노조의 모회사에 대한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쟁의 행위는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근로자 업무나 징계 ▷노조 가입자격 등에 국한해서만 가능하다. 그 외에는 쟁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투자 결정이나 민영화 등 경영권에 관한 사항, 사용자가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정치적 주장, 다른 노조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대 파업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영국은 찬반 투표 역시 엄격한 절차를 준수한다는 설명이다. 쟁의 행위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할 때 , 현장 투표는 금지하고 우편 투표 방식만 허용한다. 현장 투표는 비밀보장을 침해하고 군중 심리에 휩쓸린 결정을 야기한단 설명이다. 우편 투표는 노조원들이 쟁의 행위에 대해 가족과 논의하며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준비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영국에선 노조에 단계별 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찬반투표 7일 전까지 노조가 조합원 수, 투표자 수, 조합원들이 속한 사업장 목록 등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 ▷찬반투표 후에는 투표자 수, 찬성률 등이 포함된 투표결과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통보 ▷노조가 쟁의 행위를 하는 경우 14일 전까지 사용자에게 쟁의 행위 개시일, 기간, 참여조합원 수 등을 통보하는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또 투표 운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는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제3자를 투표 참관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쟁의 행위 가결 요건은 재적조합원 과반수 투표, 투표자 과반수 찬성이다.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찬반 투표 개시일로부터 6개월이다. 이를 초과해 쟁의 행위를 하려면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쟁의도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영국 노조법은 다른 근로자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는 피케팅 방식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력 행사 및 위협 또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여러 장소에 걸쳐 타인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행위 ▷타인의 소유물을 숨기거나 박탈하거나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 ▷사업장 외의 다른 장소를 감시·포위하는 행위 ▷거리에서 2인 이상이 무질서하게 타인을 따라다니는 행위 등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위반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또 합법적인 피케팅은 관리감독자 선임 후 사업장 주변에서만 가능하다.

직장 점거도 엄격히 금지된다. 점거가 사용자의 재산권과 주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쟁의 행위가 시작되면 파업 참여 근로자는 가능한 빨리 사업장 밖으로 이동해야 하며, 불법 점거를 한 노조원에 대해서는 해고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대체근로와 해고 가능, 정부는 공권력 신속 투입이 된다.

쟁의 행위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규채용, 도급, 기간제 채용 등을 통해 대체근로를 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파견근로자를 통한 대체근로가 금지되었으나, 2022년 6월 철도·지하철·간호사 등으로 파업이 확산되자 영국 정부는 같은 해 7월 파견근로자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구급차 운전사와 국경 보안 직원들이 임금인상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자, 정부는 1200명의 군인과 1000명의 공무원을 투입해 대체근로를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사용자가 불법 쟁의 행위에 참여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사용자가 분쟁 해결을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쟁의 행위가 12주를 초과해 지속될 경우에는 근로자 해고가 가능하다.

노조 집행부의 승인여부는 합법 쟁의 행위의 요건 중 하나다. 따라서 집행부가 승인하지 않은 쟁의 행위(비공식 파업)는 불법으로 간주돼 참가 근로자가 해고될 수 있다. 쟁의 행위를 조직한 개인은 손해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1984년 대처 정부가 광부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한 이후, 영국 정부는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노조천국’이었던 영국은 대처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지속적인 노동개혁을 통해 영국병을 치유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노조에 기울어진 제도를 바로잡고 선진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영국의 노동개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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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10조원 손실…재계, "영국병 치료한 '우편투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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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회사에서 하지 않는다. 이른바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시절(1979~ 1990년) 도입된 제도로 군중심리에 휩쓸린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다.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모든 가정이나 제3의 주소로 투표용지와 회신용 우표까지 넣어 발송해야 한다. 쟁의행위 여부를 가족과 논의하며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편투표로 인해 쟁의행위 투표 참가자 수와 찬성률도 줄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직접 찾아가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으로 영국 사례를 제안했다. 전경련은 '영국 쟁의행위 관련 정책의 국내 시사점'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영주(사용자)에게도 충분한 대항수단을 마련하는 등 균형잡힌 노동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정부의 공권력 행사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규제에 발목이 잡힌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에 강력한 개혁을 촉구했었다. 재계는 지난 13일에도 경제6단체는 노동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민간 주도 성장'을 국정기조로 삼고 노동개혁과 경영활동을 막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주당 52시간 근로제 개편 등이다.

한국은 노동규제 분야 후진국으로 분류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로 하위권이다. 전경련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언론보도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4조1000억원 등 최근 5년간(2017~2022년) 합계액은 10조6400억원에 달한다.

전경련은 영국의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1970~1980년대 과도한 복지와 노동규제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노동의지가 줄어들면서 소위 '영국병'에 걸렸다는 조롱까지 받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력한 노동개혁으로 고실업과 고물가, 반복되는 파업 등이 원인이 된 영국병을 치유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주요 사례로는 △하청노조의 모회사 대상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우편투표 △파업지지 피케팅 방식제한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도입 등 4가지를 손꼽았다. 쟁의행위 투표부터 방식과 지지를 구하는 과정까지 촘촘하게 정하고 있다. 나아가 영국은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1984년 광부노조 파업 당시 1만200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노조천국이었던 영국은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지속적인 노동개혁을 통해 영국병을 치유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노조에 기울어진 제도를 바로잡고 선진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영국의 노동개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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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에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로 계약에 의해 고용관계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사가 노에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면 지금은 좀 반대로 기울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아, 과거는 10년 전이 아닙니다. 40년 전입니다.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려면, 하나가 아니라 전체를 고려한 도입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제도는 사회 제도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것이지 특정한 경우를 위한 게 아니거든요. 도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도입하자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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