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를 미리 내면 먼저 낸 시기에 맞춰 할인율을 달리하여 할인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선납 할인 제도죠. 어떤 분은 선납 할인율이 정기예금으로 대표되는 시중 금리보다 월등하게 높으므로 재테크의 일환으로 신청하여 내기도 하고, 저 같은 사람은 두 번 내는 게 귀찮아 한번에 내기 위해 신청하기도 합니다.


자동 납부 제도가 아마 여기도 적용될 것 같은데 그건 너무 안일한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한 번 신청해 두면 매년 연초에 납부 고지서가 날라옵니다. 자동차를 교체하면, 다시 신청해야 합니다. 저번 차의 신청이 다음 차로 계승되지 않는 것이지요. 차가 여럿이라면, 아마도 신청했던 대부분의 사람은 모든 차에 대해 신청을 할 것입니다.


몇 달 전에 트라제를 처분하고 아이오닉을 샀으니까 트라제 때 신청했던 것은 무효가 되었습니다. 모닝에 대한 자동차세 연납 고지서가 온 것을 보고 아이오닉을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든 생각은 왜 이런 것은 행정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선납 고지서는 반드시 내야 하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즉, 고지서를 받고 안 내도 다른 불이익이 없습니다. 만약 납부를 하지 않는다면 원래대로 6월과 12월에 정기분이 고지되거든요. 그러므로 이것은 안내장과 같은 성격입니다. 당겨 내면 할인을 해준다는 안내장. 이게 선납 할인 제도의 법정신일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교체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선납 제도를 사용중이었다면, 새로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 연납 고지서를 보내는 제도가 있음직한데 실제로는 없습니다. 그래서 신청하는 김에 왜 그런 제도를 운영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의 답변이 좀 어이가 없더군요. 고지서를 보내면 신청하지도 않은 것을 보냈으니 화를 낸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신청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원래는 그렇지요. 그런데 누가 신청하지요? 새로 신청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말한 것은 기존에 신청하던 사람이 차를 바꿨을 때 자동으로 신청한 것처럼 연납 고지서를 보내는 제도에 대한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다 새로 신청을 할 예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알아서 고지서를 보내 주니 고맙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변에 어폐가 있는 게 <신청하지 않은 것을 보내면 화를 낸다.>라고 말하려면 실제로 보낸 적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차를 20여 년 전에 사서 오래 전부터 연납을 해오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신청 전에 연납 고지서를 받아 본 적이 없었고, 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보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화를 내는지 안 내는지 알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민원인(이 상태에선 제가 민원인입니다.)의 입을 막기 위한 전가 수법으로 생각됩니다. (당신 혼자보다 많은 다수인) 남들이 싫어하니 소수인 당신은 조용히 하라!


담당자가 옳바른 답변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담당자에게 그런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권리가 없지요. 그러니 '네, 알았습니다. 건의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정답이지요. 민원인이 당장 다른 모든 선납 할인 기존 신청자들의 신규 자동차 매입시 적용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차를 매년 사는 것도 아니니 짧은 미래에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제도의 개선 건의지요. (아, 말만 그렇게 하고 상부에 건의하지 않는다면 나쁜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ㅎㅎ)


또 다른 답변은 어떻게 일일이 누가 차를 사는지 알아보고 고지서를 발송하느냐는 것입니다. 고지서를 사람이 보냅니까? 전산화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선납 신청자에게는 태그(플래그, 어떤 표현이든 상관없습니다.)를 달아두면 끝이지요. 기존 차를 처분하고 (아니더라도) 새로 차를 사면 별도 신청하지 않더라도 원래 연납 신청자였다면 이듬해에 연납 고지서를 발송하게 프로그램을 약간 수정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런 게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공무원들의 응답은 대체로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모르거나 답변하기 곤란할 경우 없는 규정을 들먹이며 안된다고 하든지, (민원인이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고 대들면 슬그머니 철회하고) 다른 사람(민원인)이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등등을 연발하지요.


옛날처럼 사람이 장부를 관리하고 고지서를 발행한다면야 이런 사서 고생하는 행정은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컴퓨터 시대에 태그 하나만 달아두면 되는 일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세금 고지서야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이지만 연납고지서는 강제성이 없으므로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두어 가지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고지서를 보냈으나 납입하지 않을 경우 행정력 낭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이 관리하는 게 아니니 낭비라고 하기는 무리입니다. 종이는 낭비되었습니다만, 세수는 오히려 증가(나중에 내면 할인을 안하게 되니 세수는 늘어나지요.)하니 정부 차원에서 보면 손해가 아닙니다.


왜 신청하지 않은 것을 보내느냐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납 신청시에는 추후 다른 차를 사도 연납 고지서가 발송된다는 안내문을 미리 보여주면 됩니다.

'사회-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란 파동 유감  (0) 2017.02.07
[사용기] 델 인스피론 3650 SSD  (0) 2017.02.03
직장인 건강검진 미검진시 과태료 처분에 대하여  (0) 2017.02.03
홈 엘리베이터  (0) 2017.01.26
저작권에 대한 어떤 잡담  (0) 2017.01.26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