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내려온 지 벌써 12년이 넘었습니다. 저도 변했지만 (인간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지요.) 제주도도 많이 변했습니다. 내려올 때 제주도 아파트 최고가가 4억 남짓했습니다. 기억이 좀 흐리네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요즘은 10억을 바라보는 듯하네요. 단독주택지도 시내가 평당 300 남짓했었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기존 주택가라면 그 가격입니다. 아라동 저희 집 공시가격도 150인가 200인가 되는 것 같으니까요. 엄청 올랐습니다.

재산세도 많이 올랐습니다. 땅값 올랐으니 이익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저희처럼 평생 살 사람은 땅값 오른다고 해서 이익은 전혀 없습니다. 땅은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고 면적도 변하지 않습니다. 재산세만 늘어나는 것이지요. 상속 가격이 오르지 않냐고요? 상속은 우리 부부가 죽어야 일어나는 것이니 저희랑 무관합니다. 전매차익 노리는 사람이야 땅값 오르면 좋겠지만 계속 사는 사람에겐 손해입니다. 하긴, 옛말에 땅값이 오르면 이사 가라고 했죠. 사람 살 데가 못되어 가는 징조니까.

길도 좀 늘었지만 신호등은 더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신호등이라는 건 준수하는 사람에겐 족쇄이지만 어기는 사람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규제란 준수하는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과속방지턱은 열 배 정도 아니 그 이상 늘은 것 같습니다. 합법적인 (그러니까 설치 허가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법에 규정된 크기로 설치했는냐입니다.) 방지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속도가 높으면 차에 충격을 줍니다. 불법적인 것이 합법적인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게 통례인데 이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런 저런 기술력이 육지보다 떨어진다는 말은 들었는데, 보통 사람에겐 별로 와닿는 항목이 아닙니다. 집을 짓거나, 뭔가를 제작하려면 실제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의 글을 보면 '육지 기술자 둘이서 하루면 될 일을 셋이서 일주일을 붙잡고 있더라.'는 글도 있지만 그건 어쩌면 경험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것에는 어려움이 따르니까요.

처음 와서는 '백화점 없어.' 하면 괜찮아 '적당히 사면 되지 뭐.' 했죠. 그리고 남자들에겐 백화점이 별 가치가 없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전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마음 모릅니다. '문화 시설이 별로야.'엔 ''원래 잘 안 다녔으니 상관없어.'였고. '물건 값이 조금 비싸.'엔 '뭐 큰 차이가 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다수가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많아야 10%정도 더 비싼 정도이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것은 대체로 배송비에 차이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대기업이 좋고, 인터넷 서점이 좋습니다.

문제는 소수가 이용하는 것들입니다. 제주도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그럼, 인터넷으로 구입해야죠. 그래서 검색하면 제주도 배송 안되는 곳도 많고, 되더라도 택배비에서 차이가 납니다. 제주도엔 정기적으로 화물선이 들어오는데 일반 섬처럼 도서지역으로 구분되어 엄청난 배송비를 물립니다. 우체국 택배를 보면 제주도라고 비용을 더 내는 게 아닌데 굳이 다른 택배를 이용해서 육지 사람에겐 2500원 또는 면제하고 제주도는 기본 배송료 말고도 추가 배송비 3천 원, 또는 5천 원, 또는 9천원.

5천 원짜리인데 서울은 배송료 면제(또는 2500원). 제주도는 추가 배송료 5천 원. 추가라는 단어에 주목해 주세요. 제주도에 물건 보내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개별적으로 보낸다면 좀 들지요. 그건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 택배라는 기존 조직을 이용한다면? 택배사에 따라 다르지만 평범하게 우체국 택배 이용하면 동일권역보다 타권역(제주도 포함)은 1천 원 더 비쌀 뿐입니다. 한진 택배를 들추니 같은 권역보다 타 권역은 1천 원 추가, 제주도는 2천 원 추가네요.

카페리 타고 화물차 들어오려면 몇 십만 원 더 내야 하죠. 몇 십만 원입니다. 대형이라고 해야 그렇고 중형으로 내려오면 줄어듭니다. 한 트럭에 천 개만 실어도 추가비용이 1천원이 안되죠. 1.5톤쯤 되는 최종 배달자가 몰고 다니는 것에 들어 있는 상자가 적어도 5백 개라면서요? 제주도엔 택배 회사가 여럿 활동 중입니다. 제주도 사람이 제주도 사람에게 택배를 많이 보내서일까요? 아니죠, 육지랑 많이 하겠죠. 그러니 물량이 적은데 보내야 해서 비싸다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무튼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제주도는 좀 불편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이 제주도에 있다 할지라도 가격은 대략 10%쯤 비싸게 줘야 구입할 수 있고, 없는 경우가 잦으니 따로 구해야 할지도 모르고. 오죽하면 차를 한 대 몰고 가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내려올까 고민한 게 한두 번이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인 제약(모든 물건의 수요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와 귀찮다.)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요. 제주시에 40만이 몰려 사는데, 어디나 도시에 사는 사람은 비슷한 환경에 산다고 봅니다. 서울하고야 다를 수 있겠지만 다른 지방하고 비교하면 좁은 지역에선 비슷합니다. 그래서 위에 적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제주도라서 불편한 건 별로 없습니다. 하긴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약간의 추가 물품으로도 만족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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