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닌데 기부를 좀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목사님 글을 보았더니 25% 정도를 기부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아마도 교회에 10%를 낼 테니 15%는 다른 데 기부하나 봅니다. 그런데 그 분은 부수입(글을 쓰시는 분이라 인세 수입이 좀 되는 것 같았습니다.)이 좀 있으시던군요. 저도 부수입이 (어쩌다 보니 고정적으로) 생겼을 때부터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부수입의 10%를 기부했었는데, 연말에 대충 계산해서 기부하려니까 액수도 많고 해서 교회에 와서 수납하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은행이 쉬는 날인데 거액의 수표를 받으면 골치 아프겠죠. 사고가 생겨 분실하면 본인이 물어내야 할 테니까요.) 저도 수표를 발행하러 은행까지 가야 해서 귀찮아졌습니다.

귀찮아지면 언젠가 중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동이체로 기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수입이라는 건 고정적인 수입이 아닙니다. 언젠간 끊어지는 것이지요. 앞서 쓴 것처럼 10%를 기부하다 보니 부수입이 중단되더라도 그 액수가 원래 10% 수준이었으니까 지속적으로 기부를 한다면 부수입 전액을 기부하기 위해서는 1년 부수입으로 10년을 할 수 있단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몇 년 뒤 부수입이 중단되었을 때에도 자동이체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액수가 적지는 않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으며 억대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마음의 부담은 없습니다. 금전적인 부담은 앞서 기술한 것처럼 당시에 가외로 벌은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심적인 부담은 아마도 종교생활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요즘이야 나태해졌지만 아무 생각없던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한 액수를 남에게 주는 것(어린 마음에는 교회가 남이죠.)에 반감이 없습니다.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모르겠으나 과거에 정통파 기독교인은 십일조를 꼬박꼬박 냈었습니다. 없이 살아도 말이지요. 제가 10%를 기부한 것도 비슷한 생각에서입니다. 그런데 가외수입이라 교회에 십일조로 내는 건 좀 이상하고 해서 복지단체에 내는 게 괜찮을 것 같아서 그리 시작하였던 것이지요. 아, 혹시 부정한 돈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아닙니다. 완벽하게 합법적인 돈이고, 제가 노력해서 벌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인들에게 나 기부한다고 자랑한 적은 없습니다. 연말 정산 때 세금 혜택(?)을 조금 받는 것을 제외한다면 저에게 이익은 없지요.

연말 정산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잘 모르시는 분(다르게 말하면 기부를 안하시는 분)은 기부금 정산으로 대단한 이득을 취한다고 생각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보면 기부는 손해입니다. 자, 액수를 크게 잡아서 1억 원이라고 합시다. 세금을 대략 1500만 원 정도 감면받습니다. 봐라, 너 1500이나 이득을 봤잖아!라고 주장하실 수 있겠는 데요, 기부를 안했다면, 세금 3000만 원 정도를 내고 7000만 원이 본인에게 남습니다. 기부를 하면요? 세금 3000에서 1500을 환부받아서 남은 1500을 내고, 또 기부액 1억이 본인에겐 없습니다. 손익을 따지면 (7000--11500) 기부를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사이에 1억 8500만 원이나 차이가 나서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입니다.

(잠깐! 여기서 실제로 두 경우의 현금 보유 차이는 8500만 원입니다. 위에 적은 금액은 기부액을 제외한 상태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의 감성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기부가 기부자에게는 기부액만큼 또는 그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종교단체 이외의) 기부는 전액 과표에서 공제해 주어야 옳습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개인이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덧붙여서 세금에서도 일부를 환급해 주면 금전적인 손해가 줄어들 것입니다. 기부액은 개인적으로 보면 분명 그 액수만큼 경제적 손실이거든요. 지금처럼 15%를 감면해 주면 1억을 기부한 다음 경제적 손해액이 1억 1500만 원에서 8500만 원으로 줄어들겠네요.

액수를 너무 크게 잡아서 현실감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1억은커녕 5천만 원도 못 버는데 무슨 기부액이 억 단위야!하고 화를 내실 것 같습니다. 그냥 비유였습니다. 유니세프나 기아단체 등에 기부하시는 분을 보면 대략 1년에 100만 단위를 내시는 듯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경제력은 감소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15만 원 공제받아도 100만을 손해 보고 있는 형편이지요. 공제액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실 수 있을 텐데요, 1억 이하 월급쟁이는 실효 세율이 15%대이기 때문에 세액 공제 받아봐야 과표로 잡혀 있는 기부액 원금에 대한 세금이랑 비슷합니다. 본인에겐 실제적인 이득이 전혀 없는 셈이지요. 그래서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과표에서도 공제를 해줘야 기부자가 경제적인 손실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정말로 믿을 만한 단체에 기부를 했다면,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과표에서도 공제를 해줘야 기부 문화가 조금이라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는 반감을 갖는 분이 많으니  과표공제에서 빼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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