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들어온 지 9년이 지났다. 불과 9년 만에 제주시의 교통망은 크게 늘었다. 연북로도 개통되었고, 애조로도 반 이상 개통된 상태이다.

그런데 이러한 도로를 별로 운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정책상의 미숙함이 보인다.

처음 왔을 때 연삼로가 동서간 도로중 가장 큰 도로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항상 만원이다. 연북로는 개설된 직후엔 괜찮았으니 요즘은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점차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일조하는 게 도로정책.

 

도로는 대략 셋으로 나눌 수 있다.

1. 간선도로. 2. 지선도로. 3. 기타 소로.

 

여기서 간선도로의 기능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그건, 지선도로의 몫이다. 간선도로는 원격지간의 원활한 소통이 주기능이다. 예를 들어, 연북로 같으면 KCTV 앞에서 중앙로와 만나는 지점 그리고 화북까지의 소통이 중요한 기능이지 주변에 들어선 건물들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건물들을 보면 한결같이 출입구가 간선도로인 연북로로 통하고 있다. 출입구는 차가 드나드는 곳이므로 딱 한 대가 들어가겠다고 속도를 늦추면 그 차로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나오는 차야 달리는 차 앞에 끼어들다가 사고가 날 테니 자제하겠지만, 들어가려는 차는 어쩔 수 없이 흐름을 막게 된다. 이러면 편도 3차로가 2차로의 기능밖에 못한다. 신호는 연동제(엄밀하게는 연동제가 아니지만 연동제와 마찬가지이므로 사용하였다)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부가 정체되면 그 뒤의 차량은 모두 다음 신호에 대기해야 한다. 즉 1신호주기가 늦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간선도로변의 모든 건물에서의 출입로는 지선으로만 통하게 하고 지선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통해서만 간선도로와 교차해야 한다.

간선도로에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보는 사람에게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계도가 필요없다. 적발 즉시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기능이 소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교차로는 폐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북로의 경우 KCTV에서 중앙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고작 4km의 구간인데, 신호등이 무려 10개나 있다. 그 중에서 주요한 교차로는 양 끝의 두 교차로와 가운데에 있는 보건소와 한라도서관 사이의 교차로뿐이다. 나머진 다 필요없는 것이다. 이들 작은 길에서 나온 차는 도중에 유턴하여 방향을 돌리면 된다. 아니면 지선으로 갔다가 합류하든지.

이런 식으로 동서간 간선도로와 남북간 간선도로를 몇 지정한 다음 그들을 중심으로 신호를 개편하면 된다. 즉, 간선도로에 들어가기 쉽게, 또 나오기 쉽게.

 

애조로와 오일육도로가 만나는 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반쪽짜리 입체교차로이기 때문인데, 신호등 때문에 시간상 1/2 내지 2/3는 차가 서 있어야 한다. 남북으로 1분도 안되는 지점에 각각 다른 신호등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걸리면 꼼짝없이 1신호주기가 늦어진다. 여기도 들어온 다음 유턴하도록 처리하면 될 것을 신호등 둘-그나마 신호주기가 다르다-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하고 있다.

애조로도 마찬가지. 교통량이 적은 곳은 신호등을 점멸로 바꿔두면 될 텐데 정상작동하게 만들어서, 정직한 사람은 기다리게 하고 요령있는 사람은 지나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주기도 맞지 않아서 신호를 받고 출발하면 다음 신호에서 또 정지해야 한다. 원격지 소통을 위하여 도로를 개설했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교통은 흐름이지 통제가 아니다. 잡아두는 것은 사고방지를 위해 하는 것이며 통제를 위함이 아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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