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엔 마땅히 갖고 놀 만한 게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단추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마도 대학교 가기 전까지 그랬던 것 같은데 다양한 놀이를 개발해서 놀았죠. 전쟁은 기본이었고, 다른 것도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거의 다 잊었습니다.


대학 땐 여가 시간이 없었습니다. 방학 때를 제외한다면요. 방학 땐 아무 것도 안하고 지냈습니다.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는 하루 종일 스스로 공부를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머리를 식힐 겸해서 책을 보았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정말로 여가가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과는 밤에 당직을 안 서는 과이지만 당시엔 공부가 좋아서 1/3 내지 1/2 정도는 집에 안 가고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이란 책은 다 끄집어 내려놓고 특정 주제에 대한 대목을 찾아서 비교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마구 머리에 넣어 두면 어느 날 정리가 되어서 제 지식이 되었습니다. 계기는 교수님의 간략한 언급이라든가, 논문이라든가가 원인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말로 갑자기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군에 가서는 대대 병력 진료랑 관리하느라 시간이 잘 갔죠. PC에다 대대원의 병력을 한글 파일로 정리해서 조회했던 기억이 납니다. 군병원으로 이동한 다음 큰마음을 먹고 386을 샀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컴퓨터가 저의 여가 시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막 피씨 시대가 시작하려던 때여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군병원에서의 대기 시간은 모두 컴퓨터와의 씨름이었죠. 물론, 게임도 했습니다. 엑셀의 기초를 겨우 배워서 나왔는데,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몇 년 뒤였습니다. 사실 당시엔 스프레드 쉬트의 왕자는 로투스123였습니다. dBase라는 것(요즘은 아마 억세스를 주로 쓸 것 같네요.)도 구경했는데 활용을 안하고 배우기만 하니 더디더군요. 파워포인트의 경쟁품인 하버드 그래픽스를 배우라고 친구가 권했었는데, 역시 미적거리다가 말았습니다. 임상과에서는 발표할 게 많아서인지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벌써 쓰고 있었습니다. 훗날 파워포인트가 윈도우즈의 후광으로 다 휩쓸어 버렸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를 몰아낸 것하고 같은 이치입니다.


PCTOOLS나 QEMM 같은 것으로 어떻게 잘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도 그 때였습니다. Norton의 NDISK 같은 것도 활용하려고 했었죠.


98년 경부터는 피씨통신에서 받은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추가되었습니다. 당시엔 하루 종일 받아야 4-500메가를 받을 수 있었고, 고작 한 편입니다. 그나마 크기는 VCD 싸이즈의 화면이었죠. 그러다가 dviX가 나오면서 큰 화면(그래 봤자 가로가 720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 전엔 고작해야 480이었으니 고화질이란 말이 정말로 실감 나던 때였습니다.)에서 보게 되어 같은 작품을 새로 코딩된 것으로 새로 받아 보던 기억도 나는군요.


결국엔 병원 전용선으론 감당이 안되어 개인적으로 ADSL을 신청해서 각종 동영상을 받아 보았습니다. 2004년 경부터는 점차 시들해졌고, 그 이후엔 DVD를 사서 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타이틀은 잔뜩 사 두었는데, 정작 본 건 얼마 안됩니다. 아이들하고 같이 보기엔 좀 곤란한 것들도 많아서 아내가 반대하고, 또 아내는 영화보단 드라마나 떠드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니까요.


2008년 말부터는 책을 빌려서 보았고, 사서 본 것들도 추가되었습니다.


요즘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책읽기, 동영상 보기, 글 읽기를 하고, 가끔 TV를 보고 (한 달에 10시간 이내), 책을 보거나(어떤 때는 한 달에 100시간, 어떤 때는 0시간), 뭔가를 생각하며 보냅니다. (이야기, 마당 가꾸기, 집 수리, 가구 만들기, 요리 등.) 아, 생각한 것을 실제로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ㅎㅎ


요즘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건 동감합니다. 옛날엔 다른 게 별로 없으니 공부하고 싶으면 잔뜩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다른 게 잔뜩 있으니 공부는 딱 필요한 만큼만 하더군요. 어른이 된 다음에도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설득하긴 하는데, 제 자신을 보아도 어른의 말은 실감이 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제 말도 아이들에겐 설득력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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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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