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라면이라 하면 삼양 소고기면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농심에서 신라면이 나올 때까지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에서 신라면은 86년에 나왔다고 되어 있네요. 라면을 본격적으로 먹은 건 군대에 가서부터니까 어쩌면 제 라면 인생에서 신라면이 주종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의무실에 한 박스를 사다 주고 며칠이 지나 야, 하나 끓여 봐라 하면, 아이고 군의관님 그게 벌써 언제인데요? 다 먹었습니다가 대답이었습니다. 한두 개는 남겨 둬야 또 사 줄 텐데 싹 먹어치우니 사 줄 마음이 달아납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신라면이 제일 입맛에 맞아서 먹어 왔습니다. 그런데 저번 커피 글에 언급했던 것처럼 40대에 들어선 다음 맛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서 먹게 되었습니다. 라면의 종류가 그새 엄청나게 많아졌고, 또 여러 가지 브랜드를 비교하는 방송이나 글도 많지만 결정은 내 입이 하는 것이지요.

삼양 원조 소고기면이 그나마 나은 데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하게 조리하지 않으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밀가루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요?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10년 정도 전인 <요즘>) 안성탕면은 맵기만 하고 맛은 별로이고. 결국 당시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오뚜기 진라면-순한 맛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먹는다면 여러 종류를 사도 될 터인데, 라면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먹으니 여러 종류를 사기가 꺼려집니다.

대체로 기본은 진라면-순한 맛이고 (애들 중 몇은 매운 맛으로 변한 것 같은데 저랑 아내는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순한 맛에서 멈추었습니다. 돈이 드는 주제에선 돈을 버는 사람의 주장을 먼저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짜장면은 짜짜로니, 그리고 사리는 오뚜기입니다. 사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찌개를 끓일 때 넣는 목적이지만 여럿이 먹을 땐 스프가 짜기 때문에 희석용으로 넣기도 합니다. 가끔 삼양 원조 소고기면을 사서 먹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은 싫어합니다. (어쩌면 알맞게 끓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입맛이라는 건 조금씩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40대(아마도 갱년기겠죠?)에 어쩌면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다르게 보면 어머니의 맛에서 아내의 맛으로 이행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맛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떠나 맛이 들어가는 아내에게 적응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인간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반찬 같은 것들도 그렇지요. 감각은 기억에 남지 않고, 감동만 남게 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맛이든 뭐든)를 갖게 되는 것일 겁니다. 어쩌면 그 맛을 지금 그대로 재현한다면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거든요. 사실 재현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손이든 혀든 (그 사이에) 다 퇴보해서 그 맛을 재현할 수 없고, 재료도 변했고(예를 들어 옛날 시금치가 요즘 없다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보는 사람이 변했습니다. (뭐 이것은 하나마나 한 소리지요.)

 * * * *

참고로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은 1989년 11월에 있었답니다. 당시 가장 큰 관련 소문은 <농심의 음해다>였는데, 사실 여부는 <(투고자 본인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가 되겠습니다. 뭐, 소문이라는 것은 그럴듯하면 생기는 것이고, 사그러들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오래 남게 되지요.

우지 파동 당시 라면업계 점유율이 60%였다가 15%가 됐다는 주장이 삼양 홈페이지에 나오고, 이에 반박하는 네티즌은 두 업체의 매출액을 비교하여 88년에 역전되어 농심:삼양이 이미 63:21이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옳겠지만 그들이 착각한 것은 기업 자체의 매출이 라면만을 가지고 비교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그 때 유명했던 과자 <양파링>도 농심의 매출에 잡히거든요. 그러니 매출액으로 비교하면 잘못입니다. 가령 에어컨을 비교할 때 에어컨 전문 회사의 매출과 삼성전자의 총매출을 비교하여 삼성이 100배나 많이 차지한다고 하면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불행하게도 우리 같은 일반인은 각각의 실제 매출액을 비교할 자료가 없으니 각 회사의 주장을 일단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니까 삼양의 주장은 <우지파동 전후로 해서 60% 대에서 15% 대로 떨어졌다.>이고 농심의 주장(농심 홈페이지에서 얻었습니다.)은 <58:20%에서 조금 더 벌어졌다>가 됩니다. 아마도 삼양의 주장처럼 그리 높은 비율은 아니었을 거라고 봅니다. 신라면이 나온 다음 그쪽으로 쏠린 사람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도 농심의 주장처럼 3배나 차이가 난 것 같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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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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