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태풍인 차바라는 태풍이 제주도를 직격한 셈이다. TV 뉴스를 안 보니 정보가 가공된 형태로 제공되지 않아 태풍의 규모라든가, 진로하든가 하는 것들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얼마 안되는 입수 정보에 의하면 서귀포를 지난 것 같다.


지금 사는 곳은 아라동이다. 서귀포랑 직선거리로 몇 십 킬로미터 불과한 거리만 떨어진 곳이다. 화요일 저녁에는 둘째가 일찍 귀가했었기 때문에 데리러 갈 필요가 없었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몰아쳤던 것 같다. 자려고 누워 있는데 쿵하는 뭔가가 떨어지는 또는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부엌에 있었기 때문에 뭘 떨어뜨렸나 하는 생각으로 누워 있었다.


아내가 들어오더니 소리 못 들었냐고 한다. 들었다고 말한 다음 어디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단다. 아내는 이층으로 갔다가 내려오더니 바깥인 것 같다고 했다.


밖에 나가면 옷이 젖을 것은 명약관화했다. 그래서 집안에 있던 비옷을 꺼내 보니 애들이 어렸을 때 쓰던 것 하나뿐이다. 나에게는 반팔인 셈이고 무릎 위 10센티미터 정도 위까지 오는 것. 팔도 걷고, 바지도 걷은 다음 비옷을 입고 모자도 써서 대충 몸을 가리고 나갔다. 마당은 비가 와도 금세 물이 빠지는 구조였는데, 워낙 많이 오니까 작은 웅덩이가 여럿 보였다. 북쪽으로 돌아가니 시멘트 사이딩 한 장이 날아와 있다. 그게 벽에 부딪친 모양이다. 가로 세로 1미터쯤 되는 MDF 같은 것도 하나 날아와 있다. 그외 다수의 쓰레기들(깡통, 플라스틱, 스티로플, 비닐 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유를 알았으니 안심해도 된다. 집에 들어가니 바지와 셔츠가 젖어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와 벗은 다음 말리려 널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대충 가신 모양이다. 나가서 대충 집을 한바퀴 돌면서 봤다. 특별히 깨지거나 벗겨진 곳은 없다. 쓰레기는 여전했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잡초들은 대부분 누워 있는데, 나무들은 대체로 잘 버티고 있었다. 하나가 기울었는데 세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주말에 고민해 봐야겠다.


마지막 극성을 부리던 모기들은 태풍에 쓸려갔는지 잠잠해졌다. 물론 다 죽지는 않았을 테니 안심할 수는 없겠지만.


둘째 등교시간이 늦춰졌다고 해서 평소보단 늦게 나갔다. 가다 보니 황사평 마을 입구의 신호등 하나가 꺽여서 내려와 3차로를 막고 있다. 그 교차로는 신호등이 나간 상태가 되었다. 교통량은 동서가 절대 다수인데 신호주기는 2/3도 안된다. 사고로 신호가 죽었으니 평소에 서야 했던 동서 교통량 1/3의 차량들이 이제는 막히지 않고 다닌다. 이건 다행이다. 동부 관광도로와 만나는 교차로에서 남쪽으로 우회전하니 사슴마을인가에서 나오는 3거리용 신호등도 고장이 나 있다. 그래서 역시 막히지 않고 통과했다. 이것도 다행이다. 화물터미날 앞 신호등도 고장인가 보다. 역시 그냥 지난다.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빨리 대기고 앞에 도착했다.


태풍으로 인해 여기저기 피해도 입었을 것이고, 또 교통신호등이나 표지판들이 손상된 것은 불행이다. 그런데 평소에 교통 흐름을 방해하던 신호등들이 고장난 것은 다행이다. 집에서 대기고까지의 거리는 7킬로미터이다. 보통 때는 14분이 걸린다. 시속 30킬로미터. 대부분의 구간 주행속도가 시속 60이니 절반은 기다리는 시간이란 말이다. 신호등 3개가 고장났다고 이 시간이 2분이나 단축된다면 신호등이 잘못 설계된 게 아닐까? 집에서 대기고 앞까지의 신호등 중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작 열 개이다. 나머진 연동되므로 있어도 별 영향이 없으니 제외하자. 그 중에서 3개가 고장나니 14분 걸리던 구간이 12분으로 바뀐다면, 분명 신호체계의 잘못이다. 신호등은 차와 사람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지 흐름을 막기 위해 설치되면 안된다.


위에 언급한 세 곳은 횡단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오는 차량도 별로 없는 교차로인데, 상당한 시간을 주요도로 차량이 양보해야 하는 곳들이다. 95% 이상은 쓸데없이 기다리는 곳이라는 말이다. 횡단보도는 횡단하고자 하는 사람이 누르면 작동하는 것으로 바꾸고 차량도 매 주기마다 신호를 줄 게 아니라 2-3 주기마다 주는 식으로 바뀌면 좋겠다.(다르게 말하면 주도로에 배정하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 2분을 나눠서 쓰고 1.2분-40초였다면 3.2분- 40초.) 아니면 교통량 감지형으로 바꾸든지.(2대 이상이 기다리면 신호를 주고 아니면 생략하는 체제. 그리고 3주기째에는 1대라도 신호를 배정.)


우리 집 근처에는 흙이나 돌이 내려온 곳이 없다. 그런데 얼마 안되는 운행 구간이지만 여기 저기 흙이 쌓인 곳이 보인다. 아직도 물이 계속 흐르는 곳도 있고. 이런 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이다. 어디가 집중 호우에 취약한지 알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다.


별난 것에서 행/불행을 따지는 소시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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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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