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대규모로 사육을 하던 닭들을 죽여 묻는 바람에 덩달아 계란 공급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계란 값이 올랐습니다. 다 아시는 이야기죠.


그런데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는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야 하니 전통 시장보다는 차를 끌고 가서 한번에 사올 수 있는 대형 마트를 선호합니다. 대형 마트에 가면 계란을 왕란, 특란, 대란 등으로 구분해서 팔고 있습니다.


계란 파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이렇게 구분해서 파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문에 나오기를 우리나라 전체 계란 중 5-6%만 이런 분류를 하고 나머진 아니라네요. 다르게 말하면 대형 마트만 이렇게 분류해서 팔았고, 나머진 그냥 팔았다는 말과 비슷하겠습니다.


대형 마트에서(저희는 이마트랑 롯데마트를 격주로 다녔습니다.) 30개 한판으로 구성된 것 중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대란과 특란뿐입니다. 이것의 파동전 가격은 정상가가 5-6천 원이었습니다. 할인가는 4천 정도로 내려서 파는 게 보통이고요. 파동후 얼마로 올랐을까요? 9천 원입니다. 엄청나게 올랐나요? 아니오. 50%만 올랐습니다. 물론 많이 오른 건 사실입니다만 충격을 줄 만큼은 아닙니다. 자, 다시 계산해 봅시다. 30개에 6천 원이라면 개당 200원입니다. 9천 원이면 300원이지요. 식사 때 제공하던 것이라면 대형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싼 걸 구입했겠지만 제가 아는 가격이 아니니 비싸다고 추정되는 대형마트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도 겨우 100원이 올랐을 뿐입니다. 사회 전반에 무시무시한 충격을 줄 만큼 오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배추 가격을 봐도 김장철이면 질 좋은 상등품이 싸게 나오고, 출하철이 아니면 평범한 게 몇 배나 되는 가격으로 매대를 차지하게 됩니다. 감자도 제철일 때는 150원 대인데 시간이 지나면 (오래 보관을 해서) 품질도 떨어지는 게 6-700원 대로 나옵니다. 원래 식품의 가격이라는 것은 공급시기(양)에 따라 출렁이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정상가와 할인가를 언급했었는데, 어떤 이는 정상가로 꼬박 샀을 것이고, 어떤 이는 할인가로 샀을 겁니다. 실제로 할인은 불규칙적이여서 일반 가정에서는 그 시기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살 수는 있었죠. 이 때에도 가격 차이가 무려 50%입니다.(할인된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할인된 것을 주로 사는 사람이 보면 정상가로 사는 사람이 50%나 더 주고 사는 것입니다. 지금은 예전 정상가로 보기에 50%쯤 오른 (지난 주에는 8천 원이더군요.) 가격이고요. 인식하기에 따라서는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계란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계란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분야라면 당연히, 정말로 당연히 그만큼 가격을 올려서 벌충해야지요. 그걸 행정지도로 막겠다고 하는 게 이상한 것입니다. 재료비가 100원 올랐으면 가격을 100원 정도만 올리는 게 정상입니다. 천 원을 올리면 행정 지도 같은 게 필요하겠지만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약간의 손해를 누가 감수할 것인가로 고민해야 합니다. 생산자가 질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가 질 것인가로. 그 기간이 좀 길어지면 답은 뻔합니다. 소비자가 책임져야지요. 회복하려면 1년쯤 걸린다면서요? 당연히 소비자가에 포함되어야 옳습니다. 대신, 시간이 지나서 예전 가격으로 돌아간다면, 소비자 판매가도 덩달아 내려가야 합니다. 아우성치는 분들은 이걸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시는 것이고요.


저는 일반인이고 (대량 소모자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계란이 없으면 죽고 못사는 사람이 아니므로, 언론에서 난리를 치는 게 못마땅하여 유감스러웠습니다.

'사회-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문용어 terminology  (0) 2017.02.07
도서관 재방문  (0) 2017.02.07
[사용기] 델 인스피론 3650 SSD  (0) 2017.02.03
홈 엘리베이터  (0) 2017.01.26
우연과 필연  (1) 2017.01.02
Posted by SM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