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와 스텔라의 실체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은 차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1. 제가 레지던트였을 때 교수님 한 분이 포니를 몰고 다니셨습니다. 수동이고 좀 낡아 보여서 자주 도난을 당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핸들 고정장치를 달아두시곤 했습니다. 열쇠 비슷한 것이라서 해제하지 않으면 핸들이 고정되니 달아나기 힘든 것이지요. 핸들 잠금 기능도 활용하시고. 하지만 번번이 도단 당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3년간 두어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은 약간 옵세시브 하신 분인데 운전 습관도 비슷합니다. 88년 봄에 내장산 근처에서 학회가 있었습니다. 광주인지 전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려갈 때 이 차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자주 주변을 살피고 가속 페달도 밟았다 놓았다 하시더군요. 그 땐 승용차에 타 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때라서 잘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 수원에서 월례집담회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참석했던 터라 갈 때에는 전철인가를 이용했었는데, 나오다가 그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데려다 줄까 하시기에 올라 탔습니다. 소나타인가 그랬고 오토인데, 운전 습관이 그대로시더군요.
다시 돌아가서, 어쩌면 본격적인 첫 시승기인 셈이므로 흥미로울 수도 있겠으나, 에어컨이 없었던지 창을 열고(어쩌면 있었지만 싫어해서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달려서 머리가 어지럽더군요. 바람을 고속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받으면 이렇게 되는 게 보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서 타고 가는데 큰 지장이 없고(나중에 포니 택시를 몇 번 탔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해서 승용차란 이런 건가 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이미 쓴 것처럼 당시엔 택시들에 포니가 있었기 때문에 몇 번 이용했었는데 초기여서 그런지 별다른 불편은 없었습니다. 지금 다시 탄다면 뭔가 잔뜩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경험 자체가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당시엔 자동차가 신분과 비견되던 시절입니다. 그러니까 높으신 분이 뭔가를 타면 그 밑은, 그리고 그 밑은, 그리고 그 밑은. 이런 식이지요. 반대로 밑에 사람이 하나 올리면 연쇄적으로 올려야 하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포니는 이제 격에 맞지 않는 차라는 평가를 주변 사람들이 하기 시작하고 있던 때입니다. 나중에 글을 하나 쓰겠지만 그 때 3년차 중에서 한 분이 소나타(오리지날 소나타여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과는 모양도 다릅니다.)를 사는 바람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위계질서가 무너졌다는 말도 잠시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던 것 같기도 하네요.
결국 또 도난 당하고 약간 파손되는 바람에 차를 바꾸셨던 것 같습니다.
1년차 때 겪었던 차들이 이 포니랑, 앞서 언급한 소나타, 스텔라, 그리고 르망이여서 포니는 저렴한 차라는 인식이 저에게도 박혔습니다.
* * * *
2. 스텔라는 당시에 과장님의 승용차였습니다. 몇 번 타게 되었는데(보통은 학교 수업에 제가 따라가는 경우라든가, 어딘가 모시고 가야 할 때였습니다. 저는 차가 없었으니까요.)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똥차였습니다. 덩치만 크고 힘이 없다든가, 편의장치가 뭔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발로 툭 차면 어디가 부숴진다는 말도 나왔던 것 같은데, 실제로 그랬을 리는 없었겠지요. 벼르고 벼르다가 소나타가 괜찮아진 다음(스텔라 업그레이드 버전 말고 대촉 쇄신된 모델) 바꾸셨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레지던트에게 추월당한 것 때문에 더 빨리 바꾸셨는지도.
택시들도 포니가 줄어들고(영업용은 아마도 차령이 5년이면 퇴역해야 했을 겁니다.) 나서 스텔라로 탈바꿈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포니랑 비교하자면, 크다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조금 더 안락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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