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심심해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실제 통행량 말고 이론상 가능한 통행량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안전거리를 100미터 확보하라고 합니다. 차량 자체 길이를 무시하면 1km에 늘어설 수 있는 차의 수는 열 대입니다. 시속 100km로 주행하니까 한 시간 뒤에는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됩니다. 첫 장소까지 늘어선 차의 수는 천 대. 따라서 한 시간에 특정 지역을 지나갈 수 있는 차의 수는 천 대가 됩니다. 1개 차로에 천 대이니 주행차로가 2개인 도로라면 시간당 2천 대, 3개인 곳은 3천 대가 한계입니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의 통계를 보면 만 대가 넘기도 합니다. (기흥-신갈 구간.)
안전거리는 속도의 제곱을 백으로 나눈 수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시속 60이라면 36미터) 규정에는 앞 차를 추돌하지 않을 것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서는 <속도-15 또는 속도만큼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글이 있기도 하고요. 이 주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시속 60인 경우에는 차간 거리가 60미터여야 하니 1시간에 1개 차로당 통과가능한 차량 수치는 천 대가 됩니다. 즉, 속도에 상관없이 최대 천 대로 일정합니다. 그렇다면, 만 대는 어떻게 해야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 살고 있는 한 현실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차는 시간당 만 대가 몰리는데, 도로는 4개 차로밖에 없다면 <추월차로>는 이미 효능을 잃었으니 4개 차로를 다 사용할 수 있지만 어쨌든 시간당 2500대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결국 안전거리는 무시하고 사고가 안 나기를 바라면서 속도에 무관하게 차간 거리를 좁혀야만 합니다. 시속 60으로 달리더라도 사고가 안 난다는 확신만 있다면 차간 간격을 5미터로 유지해도 되는 것 같습니다.(제가 다니는 길에서 뒷차가 그만큼 떨어져서 저를 따라오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도 현실입니다.)
그나마 버스전용차로라는 게 있어서 가용차로는 하나가 줄어듭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간단하지 않지요? 인간 세상이라는 게 다 이렇지요. 그러니 법(성문법, 규칙, 그리고 불문법)대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됩니다. 법이 비현실적이라면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법을 따를 것이냐, 현실에 충실할 것이냐, 하는.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상현실인 법을 따르면 현실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법을 무시하면 가상현실에 사는 인간들이 현실세계의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거든요.
가상현실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현실지배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시민고발 정책인데, 블랙박스 같은 것으로 녹화한 것을 신고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지요. 북한의 오호담당제가 생각 나더군요. 이제 가상현실의 사람은 자신들이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정책을 따른 게 옳다고 믿는 (일부 현실세계)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실세계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뒷부분은 비약을 좀 했습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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