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연전에 만두소 파동이 났을 때 안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조금 지나면 결국 스스로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지요. 사실 어렸을 때에는 만두라는 것은 사서 먹는 게 아니라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만두소를 어머니가 만들어 그릇에 담아 놓으면 나머지 식구들은 밀가루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보통은 주전자 뚜껑 같은 것으로) 소를 담고 봉한 다음 상에 얹어두고, 적당히 모이거나 마르면 소쿠리 같은 데 담아두거나 솥에 들어가서 삶겼지요. 손이 많이 가는 편이기 때문에 일손이 없으면 이런 작업은 힘들어집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이런 일을 시킬 만한 일손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이런 일 했다우. 결국 중요한 것은 주부의 결정이지요.) 당장 우리 집에서 만두를 빚는다면 만두소만 만들고 피는 사와서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얇게 반죽을 밀어주는 기계가 없다면 말이지요. 일일이 덩어리를 떼서 밀대로 밀고 적당한 크기나 모양으로 만드는 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사서 먹기로 결정하면 그 다음 문제는 어떤 걸 살까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종류가 매우 다양해져서 고르는 게 고민될 정도입니다. 만두피에 어떤 성분(감자냐 밀가루냐)이 들어갔는지부터 따져야 하고, 만두소(고기냐 김치냐)도 마찬가지이고, 요리하는 방법(구울 것이냐, 튀길 것이냐, 삶을 것이냐.)도 고민해야 합니다.
몇 년 전에는 크고 넙적한 만두를 사와서 구워 먹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시들해져서 주로 삶거나 쪄서 먹게 되더군요.
대부분의 요리(고기를 포함하여)는 맛이란 측면에서는 굽는 게 제일 낫고, 다음이 튀기는 것이고 마지막이 삶는 것인데, 건강에 좋은 것으로 따지자면 반대라고 합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일반적인 경우에>입니다.
아내는 주로 군만두를 사오는데 고기만두입니다. 저는 김치만두를 좋아하고, 쪄서 먹는 걸 선호합니다. 같이 장을 보니까 문제가 없을 것도 같지만 냉장고를 관리하는 사람(지시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결정권이 주로 아내에게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지시하는 것을 사고 제가 선택한 것도 카트에 담았습니다. 따로 매대를 빙빙 도니까 나중에 보고 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냉동고에 빈 자리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아무튼 집에 무사히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애들도 저랑 입맛이 비슷했던지 금세 다 팔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엔 김치만두를 카트에 넣어도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아직 남았는데, 정도였지요.
몇 달 전에 이마트에서 싸게 파는 찜냄비를 보았습니다. 스테인리스라고 되어 있는데 상당히 얇더군요. 얇으면 빠른 조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하나를 덜컥 샀습니다. 아내를 설득해서. 아내는 자기가 산 게 아니면 그냥 처박아두기 때문에 며칠 뒤 제가 씻어서 만두를 올려 쪘습니다. 김치랑 고기를 섞어서 했는데, 애들이랑 둘러앉아 먹다 보니 김치가 먼저 떨어지고 고기는 늦게 먹은 사람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기구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서 애들이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가끔은 자기들끼리도 해서 먹는 것 같습니다. 아, 그 냄비가 좋다는 게 아닙니다. 자석을 갖다 대면 착 붙는 것은 아니지만 흘러 내리지 않으니 철 성분이 꽤 많다는 뜻이겠지요. 저가형을 샀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녹이 안 슬게 관리만 잘하면 그만이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언제 만두를 만들었던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최근 10여 년(그러니까 제주도 생활 전기간 동안) 한두 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다양해서, 아이들이 어려서(도움이 안된다.), 재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이 바빠서(시험 기간이네, 학원 가야 하네, 봉사 활동 가야 하네...), 하고 싶지 않아서.
좀더 시간이 지나면 손목에 힘이 없어서가 추가되지 않을까요? 사실 남이 만든 것은 그냥 맛이 있다 없다 말하기 쉽지만 우리가 직접 만든 것은 평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싱거우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되고, 짜면 국에 넣어 먹으면 되지만, 결국 말이 나오기 마련이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상처를 주고받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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