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세탁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제 기억엔 여기 내려와서 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아내는 서울에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아내 말이 맞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얼마전에 세탁 중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세-엥 딱. 세-엥 딱. 세-엥 딱. 세-엥 딱. 뭔가가 작동하지만 완료하지 못한 듯한 소리. 그래서 자꾸 반복하는 듯한 소리.
아내가 전화를 해서 서비스맨이 왔습니다.
"배출 모터가 망가졌습니다. 교체하면 됩니다."
교체하고 작동하는 걸 보고 떠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내가 세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별나게 소리가 컸습니다. 제가 가 보니 탈수 중인데 마구 요동을 치면서 소리도 나더군요. 결국 에러음과 함께 중단. 대충 탈수가 덜 된 상태로 꺼내어 말렸습니다.
아내가 다시 전화했습니다. 같은 서비스맨이 왔습니다.
"축이 부러졌습니다. 당시 확인하지 않았으니 모터는 회수하고 값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1999년에 구입한 것이라네요. 18년이나 썼으니 오래 썼습니다.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묘한 시기에 부러졌다니까 좀 기분이 묘했을 뿐입니다.
대리점에 가는 걸 미적거리다가 갔습니다. 제주도엔 재고 물품이 없기 때문에 선적되어 오는 걸 기다려야 한답니다. 처음엔 "태풍(노루)이 오면 늦어질 것이다. 화요일쯤 도착할 것 같다." 라고 했답니다. 노루가 일본 쪽으로 완전히 빠지자 아내가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제 때 도착해서 화요일쯤 올 것 같다." 라고 한답니다. 아내가 저에게 월요일에 일찍 퇴근하라고 재촉하던 게 무산되는 순간입니다.
그나저나 용량이 커졌습니다. 이전 것은 8인가 9kg 급이었는데 이젠 최하가 13이고 그건 물품이 적다나 뭐한다나. 그래서 15짜리를 샀답니다. 전에도 작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빨래는 제가 자주 널었기 때문에 압니다.) 이젠 널기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불을 빨 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건 연례행사 정도이니 빨래방에 가면 되는 것이지요. 집에 굳이 큰 걸 놓아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틀렸나요?
외국의 블러거가 올린 글을 보면 대체로 세탁기의 용량이 적더군요. 우리나라는 아마도 담뇨랑 이불 세탁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불은 가끔 하는 것이니 빨래방에 가서 하면 되고, 평상시엔 작은 세탁기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안 파니까 바란다고 해도 별수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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