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교수는 대략 6.6만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중 의과대학 교수가 대략 1만이니까 꽤 많지요? 그래서 의과대학 교수는 교수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학과는(과마다 제각기 다르니 공통된 기준을 적용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되기가 힘이 드는데 의과대학 교수는 임상의의 경우 대학병원에 남으면 자동으로 되는 셈이라 그렇게 바라보나 봅니다. 하지만 기초쪽으로 보면 다른 대학보다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병리는 기초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근무 시간의 대부분은 병원에서이므로) 임상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채용 조건, 진급 조건 등의) 대우는 기초로 받으면서 (근무 시간이라든가 월급은) 임상의의 성질을 갖습니다. 이것이 병리학 교수의 지위를 말해 줍니다. 기초도 아니고 임상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 또는 기초이자 임상인 상태. 사실 병리학의 분야도 이 중간지대에 있습니다.

과거엔 꽤 많은 시간을 병리학 강의에 투입했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3학기에 걸쳐 3+4, (2+3)+4, (2+3)+4로 수업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30여 년이 지나서 부정확합니다만. 앞은 이론 강의, 뒤는 실습입니다. (2+3)+4라면 이론을 2시간과 3시간으로 나눠 듣고 실습은 4시간 했다는 뜻입니다. 한 학기를 15주라고 한다면 105시간, 135시간, 135시간으로 375시간에 달합니다. 지금은 통합교육이란 명목하에 총론은 50시간(30+20) 정도 합니다. 각론은 통합교과 별로 쪼개서 하므로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통계를 내 보니 100시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합계 150시간이네요. 따라서 내용의 앞부분은 다른 기초 교수들에게 넘기고, 뒷부분은 임상 교수에게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 부분이자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남습니다. 주로 형태죠. 기전도 병리 분야이긴 한데, 임상의가 다루는 경향성이 높아 병리교수에 따라 생략하기도 합니다.

웃기는 것은 3시간 이상의 연속 강의를 대학 차원에서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합교육은 연속해서 강의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그래서 한때에는 수업을 쪼개서 1,2교시엔 내가 하고 3,4는 네가 하고, 5,6교시에 다시 내가 하는 걸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러면 교수들의 시간 활용이 어려워집니다. 임상의는 강의보다 진료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대략 1년에 진료해야 하는 시간이 최소한 1000시간 정도 되고(실제 시간으로는 1500시간 정도), 강의는 100시간이 안됩니다. 임상실습은 제외합니다. 진료를 하면서도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좀 되어서 일괄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합니다.)

따라서 오전은 진료, 오후엔 강의라면 오후 내내 강의를 해야 하고, 또 강의 내용도 연결되기 때문에 연속 강의가 더 적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에선 대학본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연속 강의를 채택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이리저리 해 보니까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병리는 실습까지 해야 해서 다 배우기 전엔 실습을 못하니 오전 강의, 오후 실습의 형태가 제일 적절합니다.) 연속 수업을 선호합니다. 내용은 총론 부분에서 기초의학(정상)을 기반으로 한 확장판(비정상)을 제공하고, 각론에선 개별 기관에 맞는 추가 소견들을 중심으로 합니다.

이론 부분은 어쩌면 AI가 더 나아 보입니다. 실습은 좀더 발전하면 AI가 대체할 수 있겠죠. 하긴 교육은 굉장히 오래전(70여 년 전)부터 작가들이 로봇이나 프로그램이 하는 것으로 설정해 두더군요.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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