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세포병리 분야를 대략 셋으로 분류합니다. 자궁-질 도말, 체액 세포 병리, 흡인 세포 병리.


세포 병리 분야는 실제적인 역사가 1세기도 안됩니다. 특히 흡인세포검사 분야는 제가 레지던트 때 막 도입되어 발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게 1988년입니다. 실제로는 90년 대에 와서야 정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입니다.)


한계점은 있기에 적지 않은 기관에서 아직도 <진단>이란 표현을 안 쓰고 <해석/판독>이란 표현으로 보고서를 냅니다. 어떤 분은 진단이란 표현을 쓰시더군요. 아마 실력이 좋으신 분일 겁니다. 아니면 단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둔감하시거나요. 저는 해석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의 한계이기도 합니다만.


일반인들이 흔하게 접하는 것은 자궁암 검진 때 들어 보신 것입니다. 손 쉽고 빠르기 때문에 선별 검사에 적합합니다. 꽤 쓸 만한 검사가 분명합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분야인 만큼 표준화된 보고 체계가 이미 확립되어 있습니다.


직장인 신체검사 때 하기도 하는 가래 검사는 효용가치가 별로입니다. 일단 절반 이상이 가래가 아닌 침을 가지고 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래 뱉는 것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소수만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대략 20-30%에서 가래 검체로 적절합니다. 그러나 모두 그렇게 판독하면 난리가 나겠죠? 


소변도 자주 들어오는 검체입니다. 중구난방이었다가 최근에 표준화된 보고 체계를 갖추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들었는데,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흡인 세포 검사에서는 갑상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표준 보고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뭐든지 다수가 관심을 기울이면 관련 연구가 많아지고 따라서 이런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옛 방식인 그냥 미는 것과 요즘 돈이 들어가는 방식인 액상검체 방식 중 후자가 대체로 보기에 낫습니다만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소모품 단가만 해도 1-2만 원이 더 들거든요. 그래서 환자가 아마 선택하게 할 것입니다.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는 (병리의사)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자궁-질 도말은 액상이 우월하고, 갑상선 흡인은 일반이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데서 해 온 갑상선의 액상 도말은 판독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도말되었을 때의 특성이 숨겨져서 눈이 빠져라 봐야 하거든요. 저희 병원은 그래서 흡인 세포 검사에는 액상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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