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절편 검사라는 게 있습니다. 나중에 쓸 파라핀 포매 조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발상을 뒤집어서 나온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인간의 세포는 물이 많습니다. 보통 60-70%라고 하지요. 지방세포라면 다르겠지만 그건 빼고요. 물을 얼리면 단단해집니다. 그러면 자르기 쉬워집니다.


사과를 자르면 껍질부터 씨까지 같이 자를 수 있습니다. 겹친 상태에서 잘 조절하면 아주 얇게도 자를 수 있습니다. 세포는 충분히 물러서 자르기 힘들지만 얼리면 자를 수 있다는 게 동결 절편 검사의 원리입니다.


얼리는 거야 단시간에 됩니다. 세포 내에 파라핀을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동결은 빠르므로 검사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OTC라고 하는 겔을 주변에 뿌리고 함께 얼리면 조직만 있을 때보다 다루기 편리해집니다.


이렇게 얼린 조직을 칼로 자르면 두께를 10마이크로미터나 그 이하로도 자를 수 있습니다. 잘린 것을 절편이라고 하는데 그걸 슬라이드에 얹은 다음 염색을 하면 조직 검사와 비슷한 형태가 됩니다.


비교적 빠른 검사여서 병리과에 온 다음 15분 정도면 한 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직이 여러 개이면 몇 분씩 추가해야 합니다. 자르기 편하게 모양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더 추가됩니다. 어쨌든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 파라핀 포매 조직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에 형태를 볼 수 있으니 선용하면 괜찮은 검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수술시 검체를 확인한다든지, 절제연을 확인하는 것, 몇 가지 특수 염색 같은 걸 할 때 사용합니다. 병원 규모가 크면 여러 대를 사고, 사람도 여럿을 두어 즉석에서 결과를 보고자 할 때에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일반화하기에는 곤란합니다. 하나하나로 따지면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기계 한 대당 한 시간에 몇 개만 처리할 수 있는데,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블록의 수가 몇 백 개라면 현실적인 수단이 아닙니다. 표준적인 방법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다른 단점은 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세밀한 면을 비교하여야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 것에는 부적합한 검사가 됩니다.


게다가 얼리는 것이기 때문에 무한대로 얼린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녹이면 형태가 무너집니다. 계속 활용하기 곤란합니다.


기계 한 대의 값이 몇 천만 원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대를 구입하려면 몇 억 원이 필요합니다. 비경제적이지요.


역할이 나누어져 있어서 보통은 병리사가 자르고 부위를 선택하는 것과 판독은 병리의사가 합니다. 별다른 부담 없이 할 때도 있지만 고심을 해야 하는 순간도 꽤 됩니다.


귀중한 검체라면 동결절편 검사를 하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이틀 정도 빨리 결과를 알리는 것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게 보통의 경우에는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검체가 보통인지 아니면 특수한 경우인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일부 수술자는 환자에게 서비스한다는 이유로 이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결과가 빠르다고 해서 그 병원이나 그 의사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잃게 마련입니다. 병리과에서는 <신속>과 <정확>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순간이라면 <정확>을 고르게 훈련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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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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