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성 각화증?

의료 2017. 7. 20. 13:06

seborrheic keratosis라고 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오른쪽 눈썹 뒤쪽(눈썹과 관자놀이 중간)에 반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게 생겨서 어느 날 깨달았던 것이죠. 뭐, 얼굴이고 어디고 간에 몸에 반점 생기는 거야 흔하니까 다들 신경을 안 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 3월 초에 잠시 가렵더니 갑자기 이 반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크기가 대략 4mm정도였는데 7-8 정도로 커지기도 했고, 납작하기만 했던 것이 수직으로도 성장해서 뚜렷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육안으로는 SK의 전형적인 모습이여서 주변인들도 그런 것 같네 라고 말했습니다. 5월 말 경엔 높이가 2mm에 육박해서 할 수 없이 성형외과에 가서 잘라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잠시 바빴기 때문에 언제고 접수해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샤워를 하고 물을 닦는데 수건에 피가 슬쩍 묻어나더군요. 증식이 과하게 되면 혈관이 표층 가까이 올라오기 때문에 조금만 손상을 받으면 피가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가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빨리 접수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나중에 거울을 보니 일부가 조금 깍인 것도 같았습니다.


다음 날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문질렀는데 피가 또 비칩니다. 그러니까 하루가 지났다고 잊고 평소처럼 수건으로 물을 닦는다고 얼굴을 문지른 것입니다. 이번에는 훨씬 정도가 커서 일부가 뭉개진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거울을 보니 4/5가 뭉개졌더군요. 어라, 뭉개지네? 크기가 줄었으니 성형외과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무너집니다.


다음 날 또 샤워 후에 슬쩍 피가 비칩니다. 아차! 하고 거울을 보니 거의 없어졌습니다. 뭐 내친 김이라서 쓱 문질렀습니다. 다 없어졌네요.


그게 5월 말인가 6월 초였습니다. 지금은 원래 있던 옅은 갈색의 반점도 없습니다. 아예 흔적도 없습니다. 떼는 것만 보아왔었는데,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도 없어지는 걸 경험해서 얼떨떨 합니다.


진짜 그 질환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라고 답변해야겠지요. 하지만 모양으로 봐서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동의했고요.


아, 없어진 다음 누군가가 수술했냐고 묻더군요,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그래서 사연을 말해줬습니다.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당사자인 저도 그러니 타인은 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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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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