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백양누리인가에서 했습니다. 안내문엔 길에서 왼쪽인 것처럼(실제로도 왼쪽이긴 하지만 지하인 것을 깨닫지 못해서) 보여서 한참 올라가다 보니 백양관인가가 나와서 물으니 도로 내려가라고 하더군요.


첫날은 오전 10시에 시작인데, 비행기표 관련으로 9시에 도착했습니다. 아내가 6시 비행기를 타라고 강요해서 겨우 7시 비행기로 타협한 다음 공항에 호송되었습니다. 서울에 8시 10분 경 도착했고, 김포공항에서 신촌은 금방이여서 9시에 도착한 것이지요. 현장등록을 하고 (사전 등록을 해야지 해놓고 깜빡 잊어서 다시 생각이 났을 때는 마감 며칠 뒤였습니다.) 기다리다가 참석하고 저녁 6시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 본가라고 부르는 부모님 집입니다. 집에 도착한 다음에 생각이 났습니다. 마감 확인을 안했다는 걸.


요즘(아마도 작년부터)은 학회에 참석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두 번, 즉 시작과 끝 시간에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 시간으로 평점이 부여된다네요. 끝난 시각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참과 마찬가지로 처리됩니다. 5시에 강좌가 끝나고 6시까지는 포스터 관람이니까 사람들이 제각각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제가 나갔을 때(6시 평의원 회의 직전)에는 밖에 부스를 포함해서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화장실을 갔다가 곧장 집으로 가버린 것이지요. 작년에는 시행 첫해이기 때문에 신경을 잔뜩 써서 잊지 않았는데, 올해는 2년차 증후군에 걸린 모양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첫 시간은 굳이 들을 필요가 없지만 만약을 모르니까 일찍 나갔습니다. 학회 사무원에게 말하니 다행히 인정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둘째 날은 토요일이고 오후는 워크샵 참석자만 해당되므로 3시간 후에 다시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집이 광흥창역 근처입니다. 첫날 저녁엔 지하철을 타고(2호선 신촌-합정-환승-6호선 광흥창) 집으로 갔습니다. 광흥창은 동서인가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잘 나가야 하는데, 주변 안내도를 잘 보고 올라갔더니 모르는 지형입니다. 한참을 빙빙 돌았는데, 완전히 한 바퀴를 돌고 나니 5번 출구가 아니라 4번 출구로 나왔어야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1,2,5,6이 한 로터리 사방에 있고, 3,4는 다른 곳에 있는 구조. 겨우겨우 집에 갔는데, 정확한 호실을 모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동 위치야 알지만 층수랑 호실을 모르면 호출을 할 수 없지요.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만, 제 목소리는 두 분이 거의 못 들으시기 때문에 한참 이야기를 하고도 결국 못 들어갔습니다. 다른 거주자 분이 들어가기에 뒤따라 들어가서 겨우 출입구는 통과. 층수는 아내에게 물어서 통과. 현관문 앞에서 여러 번 초인종을 누르고 또 문을 두들긴 다음에야 겨우 들어갔습니다. 광흥창역에 하차한 다음 30분 이상이 지난 때였습니다. 아까 학회장에서 집에 간다고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는데, 밥이 없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래서 도로 나가 밖에서 사먹었습니다.


다음 날 그러니까 토요일에 근처에 사는 누님하고 또 그 집에서 가끔 자는 큰애가 아침을 먹으러 본가에 왔습니다. 누님이 신촌 연대면 걸어가라고 했습니다. 다음 지도를 보고 거리를 측정하니 대략 3.2킬로미터네요. 그래서 걸어갔습니다. 한참 가다 보니 옛날에 지나갔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몇 년 전에도 한 번 걸어갔었나 봅니다. 그 땐 세브란스 병원에서 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겨울 잠바를 걸치고 걸었더니 약간 덥더군요. 하지만 오전엔 에어컨이 작동되는지 학회장 내가 약간 쌀쌀한 편이므로 벗고 가라는 걸 무시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돌아갈 때에도 바람이 불어서 입고 가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봄 학술대회의 주요 주제는 림프절(첫날)하고, 침샘(다음 날)이었습니다. 둘 다 내로라하는 사람도 조심스러워하는 주제입니다. 누군가가 옆자리에서 구시렁거렸습니다. "결국 알지도 못하는 걸 도대체 왜 찌르는 거야?" 저도 동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수 세포병리의사가 얼마 안되는데(대부분은 병리의사가 겸임하고 있습니다.) 세포병리를 주로 하는 나라를 흉내내는 것이니 괴리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하긴 임상의사가 (방사선과에 의뢰해서) 찌르고 검체를 보내는 것이니 임상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겠지요.


선진 외국에선 혈액림프병리와 신경병리는 소수의 병리의사가 따로 하는 걸 외면하면서 다른 건 따라하니 기대난망이긴 합니다. 뭐 자기에게 유리한 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다른 임상의와 마찬가지로 저도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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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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