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9일자]

정부가 의사의 ‘취중 진료’를 금지하는 규정 신설 및 처벌 강화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에 취한 의사가 수술대 앞에 서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의사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근무 상태가 아닌 의사도 의료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자격 정지 기간을 늘리도록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진료 금지에 대한 논의는 최근 경찰이 술을 마시고 환자를 수술한 의사를 입건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지난 12일 서울 한 종합병원의 20대 의사 A 씨는 음주 상태로 환자를 수술하다 강동경찰서에 적발됐지만 입건은 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 상태에서의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탓이다.

의료법 66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처벌하게 돼 있지만 ‘음주진료’를 구체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음주진료가 적발되면 통상 1개월 이내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처벌마저 흔한 경우는 아니다.

복지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아닌 의사가 응급 상황 속 의료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급하게 지원을 나온 경우 같은 특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이나 도서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시내에서조차 이미 퇴근했거나 당번이 아닌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급하게 병원의 연락을 받고 출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진료’를 금지한다면 대대적인 인력 부족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선 의사의 음주 관련 규정 신설 및 처벌 강화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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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근본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동감합니다. 하지만 기사에 나왔듯 퇴근했다가 긴급호출되어 온 사람이 이미 음주를 했을 경우에도 처벌 받는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 이런 경우에도 처벌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응급 상황시 접근 가능한 의료기관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옛날에 인턴을 할 때 -- 37년 전이네요 -- 모 과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월말이 되어서 회식을 나갔습니다. 8시인가 9시쯤에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교수며 레지던트며 인턴까지 모두 나와 있는 상태였기에 젊은 교수와 레지던트 그리고 인턴이 돌아왔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처치만 하면 되었기에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게 오히려 미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약간의 준비 후 수술을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니 어지간히 취했음에도 수술 시야에서는 손가락 하나 흔들리지 않더군요. 침착하게 하느라 그랬는지 속도는 조금 느려졌습니다만. 아무튼 깔끔하게 끝나고 남은 처치는 레지던트와 인턴인 제가 맡겨졌습니다.

지금은 그 때보다 의사가 5배 가까이 늘었으니 이렇게 불려 나올 일은 적겠습니다. 하지만 당시 60만 인구의 도시인 그곳에서 우리가 야간에 대학병원급으로는 유일한 의료시설이었습니다. 인근 도시로 나간다면 다른 기관이 있지만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겠지요. 마찬가지로 지금도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장시간의 이동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음주 시 진료 자체가 금지된다면 멀리 그리고 빨리 가야 할지 아닌지를 현지가 아닌 멀리 간 다음에야 판단 받을 수 있겠네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목표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절제되지 아니한 방법으로 강제한다면 그 게 적용되는 인간사회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가게 될 것입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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