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도 겨울에 구입한 스웨이드 제품이 있습니다. 하늘색이었는데, 가죽제품으로는 처음으로 구입한 것이라 살 때에는 잘 샀다고 생각했었지만 쓰다 보니 때를 잘 타더군요. 그리고 가죽이라서 무겁습니다. 바람은 안 통하니 강풍이 불 때 괜찮을 수 있겠지만 모자가 없으므로 체온 보존에 단독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 곳이라면 그냥 무난히 입고 다닐 만한 제품이었습니다.
금세 더러워져서 고민하다가 세탁소에 맡겼습니다. 10만 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한 번 세탁에 당시 5만 원쯤 들더군요. 소시민은 돈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세탁소에 보내는 걸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죽을 괜히 샀다고 후회하기도 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젠 하늘색이 아니라 회색이 되었습니다. 안쪽은 여전히 원래의 색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햇빛에 바랜 모양입니다. 어쩌면 닳은 것일 수도 있는 게 접힌 경우에는 아직 색이 남아 있기도 하거든요.
어느 날 홈 드라이 제품으로 가죽을 세탁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 어차피 오래된 것이니 혹 실패하면 버리지, 뭐. 이런 생각으로 홈 드라이 세제를 하나 샀습니다. 영상에 나온 것과 비슷한 용량을 사용하라고 병의 표면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최근 10년은 세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30%쯤 용량을 늘려서 물에 뿌렸습니다. 욕조에 물을 받고, 세제를 넣고, 잠바를 담갔습니다. 강렬한 오렌지 냄새가 나더군요.
가끔 눌러 주고 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 헹구고 꺼냈습니다. 물이 주루룩 떨어지더군요. 짤 수야 없으니 기다려야죠. 물이 안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좀더 환기가 잘되는 베란다에 걸었습니다. 저녁이라서 해가 들지 않았습니다. 영상에선 하루나 이틀이면 마른다고 했었는데, 웬걸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 분은 밖에 널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저는 출근하면서 해가 덜 드는 욕실에 넣고 저녁엔 다시 베란다에 놓는 일을 무려 나흘이나 하니 좀 마르더군요. 아무래도 늦가을-초겨울이라 잘 마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어지간히 말랐다고 판단되었고, 냄새는 여전해서 10일인가 2주인가를 널어 놓아서야 빠졌습니다.
마르고 나서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때는 좀 빠졌더군요. 빨기 전에는 보기 싫은 정도였는데 이제는 자세히 보아야 눈에 띄는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가죽이 눈에 띄게 상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완연한 봄이 되면 다시 세탁한 다음 보관하려고 합니다.
당초 계획으로는 세탁이 잘되면 터키옥색으로 다시 염색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워낙 더러워서인지 때가 남아서 염색이 저어됩니다. 봄에 다시 세탁한 다음 만족스러우면 가을에 다시 입기 전에 염색하는 것을 고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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