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의 인생에서 아파트에서 산 기간은 대략 10년쯤 됩니다. 마지막 기간은 11년 전 이 집으로 이사오기 직전의 9년이고요. 이 집은 제가 지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건설회사가 지으면 부가세 10%를 내야 하고(집주인의 부담이 늘어나는 이유가 됩니다.) 이런저런 책임도 그들에게 가기 때문에 개인이 집을 지을 경우 건축주는 집주인으로 하는 게 관행입니다. 어쨌거나 적당한 건축사와 건축업자에게 설계도 및 시공을 맡겼습니다. 근래의 건축 기술은 꽤 발달했고, 제대로 지으면 꽤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난 10년간 그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생물도 있습니다. 집에 관련되어서는 곰팡이라든가, 개미, 바퀴벌레, 지네, 모기, 나방 등등이 있겠고, 마당의 잡초도 있습니다.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침습했던 흔적들이 하나둘씩 쌓이게 되고, 어느 날 허용 한계점을 넘어서게 됩니다.

목재주택이라든가 스틸 하우스, 경량철골조 등의 집에서는 외부에 단열재를 부착하게 됩니다. 벽돌조라든지 철근-콘크리트조에서는 내부에 붙이겠네요. 이 중 스티로플 계통(스티로플은 아니지만 알기 쉽게 이렇게 표현합니다.)은 개미 등의 공격에 취약합니다. 게다가 쉽게 보수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안고 가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지요. 집 주변에는 수많은 개미들이 삽니다. 우리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콘크리트나 시멘트 등에는 틈이 있고, 이를 우연히 (아무래도 우연히가 맞겠죠?) 개미가 침입합니다. 그 통로가 집 내부의 틈으로 연결되면 어느 날 개미떼가 방이나 거실 등에 출현하게 됩니다. 보통은 분가를 위한 결혼 비행철이거나 비가 크게 온 다음입니다.

지난 11년간 큰 탈 없이 지내왔지만 며칠 전 개미떼가 출현했습니다. 아니 몇 년 전에도 한번 출현했었는데 그땐 붕산/설탕을 섞은 것으로 퇴치가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효과가 적어서 며칠 동안 아래층의 안전을 위협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본 게 필로티 구조입니다. 3미터 정도 기둥을 세우고 그 위를 기초 콘크리트층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짓는 것입니다. 계단도 있어야 할 것이고, 전기, 수도, 가스, 인터넷이 들어올 공간도 필요하니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따로 분리한다면 기밀에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로티 구조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하방의 단열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필로티 위에 콘크리트 판을 설치한다면 그 위에 단열재를 넣어서 해결 가능합니다. 실컷 생각해 보았는데, 여전히 개미나 다른 벌레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네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출입하는 것도 힘들고. 흠, 이러면 홈 엘리베이터가 필수네요. 잠간의 상상이었습니다. 상상은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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