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에 올라가기 전부터 조금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그 정도에서 멈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걸 기대하였을 뿐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정체기가 길어서 우려되긴 했었다.


아무튼 비교적 괜찮은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고, 비행중은 물론, 도착 후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막내는 그 전에, 그러니까 목요일 밤에 머리카락을 만지면 아프다고 말하였었고, 감기 아니냐며 증상들을 몇 물었더니 모두 부정한 바 있었지만 다음날부터 감기 증세가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감기 증세에 덧붙여 설사를 한다는 것. (나중에 생각난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그런 바이러스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일요일은 무사히 지났지만 월요일부터 나도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 결국 월, 화, 수, 사흘간의 아홉 끼니 중에서 제대로 먹은 것은 네 끼뿐이었다. 한 번은 먹은 것을 네 시간 반 후에 변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 그냥 먹을 것으로 장을 청소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소화는 전혀 안된 상태였고.


막내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다른 이들의 눈에 자주 띈 것은 물론 막내이다. 아무래도 애가 어른보단 더 관심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체류시간이 더 길었던 것도 한몫했다.


화요일 저녁이 되자 드디어 배가 고파졌다. 평상시에는 한 끼만 건너뛰어도 당장 배가 고팠는데 몸이 안 좋으니까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는가 보다. 사실 여섯 번째 끼니인데 아직 두 끼밖에 안 먹은 상태였으니 배가 고프긴 고팠다. 그래서 이번엔 방법을 바꿔서 그냥 밥에 김만으로 반찬을 삼아서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8시간 이후에 변의를 느꼈다. 그래서 수요일 아침은 생략했다.


수요일 점심은 국수와 라면의 혼합물. 사골 국물에 삶은 것이다. 라면은 일단 튀긴 것이라 조리시간이 짧다. 4분 정도면 다 익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굵직한 가락국수는 5분 이상 삶아야 한다. 새로 만든 게 아닌 이상. 그래서 국수는 뻑뻑하고, 라면은 무른 상태였지만 밥보다는 받아들이기 편했으므로 일단 삼켰다.


오후에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 실례를 하지는 않았다. 저녁은 간단하게 크림 스프. 막내도 여전했기 때문에 스프를 먹었다. 원래 엄청나게 싫어했었는데, 배 사정이 개인의 취향을 앞서는 상황이라 굴복한 듯하다. 크림 스프는 약간 느끼한 경향이 있는데, 후추를 뿌려 먹으면 덜하다. 그래서 권장했더니, 너무 많은 양을 뿌려서 그만 그 녀석의 그릇에 있던 스프를 냄비에 도로 부어 희석해야만 했다.


이리하여 설 연휴는 고열과 설사로 지나갔다. 재미난 것은 돌아온 다음부터 설사가 멈추고, 열도 안 난다는 것. 막내는 많이 좋아진 상태. 하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므로 주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감기로 인한 이차적인 설사로 보았는데, 오히려 설사로 인한 이차적 감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들은 특정 장기의 증상을 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러 장기에서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 떡국 / * / 설탕물

(화) 갈비 / * / 밥

(수) */ 국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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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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