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에 중고로 구입했던 피아노가 하나 있었습니다. 당시 애들이 차례로 피아노를 배운다고 해서 산 것인데 애들이 칠 것이라서 중저가 제품을 중고로 구입했었습니다. 영창피아노의 U121 모델입니다. 잘 쓰다가 막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안 쓰더군요. 얼마 전에 안 쓰고 있으니 처분하자는 데 합의를 하였습니다. 일단 남에게 주자고 하여 병원의 게시판에 무료로 드린다고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아무도 원하는 분이 없네요. 아마도 이젠 디지탈 피아노쪽을 선호하거나, 이미 다 갖고 있거나, 아니면 가져갈 형편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중고업자에게 넘겼습니다. 아내가 과정을 처리했었는데 제가 전해 듣기로는 국내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어서 외국으로 수출한다고 하더군요. 피아노 무게가 200킬로 정도 되고 마구 취급해도 되는 게 아닌데 수출해도 경비가 빠지는가 봅니다.


아무튼 거실 아트월 앞에 있던 피아노가 없어지니 갑자기 넓어진 느낌입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구입한 철재 테이블 프레임을 그 자리에 놓고 일단 상판이 없는 관계로 안 쓰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좌식 상을 얹었습니다. 대충 재보니 상의 길이가 1200이고 폭은 750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상판은 1200*600이니 깊이만 제외하면 비슷할 것입니다.


이 상은 서울에서 어머님이 쓰시던 것 중 하나인데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사할 때 같이 보낸 것입니다. 저희는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없어서 부모님이 오셨을 때 식탁이 부족하여 사용했던 것 외에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것입니다. 막상 얹고 보니 모양이야 별로지만 실용면에서는 괜찮네요. 온라인 컴퓨터 책상(그것도 작지는 않은데 컴퓨터, 모니터, 스피커, 프린터, 스탠드가 있다 보니 좁아 보입니다.)에서 일단 프린터만 옮겼습니다. 그리고 거실에서 이러저리 밀려다니던 노트북들을 모두 그 상 위에 옮기고요.


피아노가 치워진 김에 아트월을 두들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300*300짜리 타일이 두 장, 300*150짜리가 두 장, 150*150짜리가 3장 떨어지려고 해서 분리했습니다. 이젠 아내도 아트월 철거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타일을 모두 분리하고, 퍼티로 메운 다음 수성 페인트를 칠해야겠습니다. 추우면 페인트나 퍼티나 작업하기 곤란할 것 같아서 망설였더니 더 추워져 더 곤란해졌습니다.


색깔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런 저런 색을 요구하지만 저랑 애들은 흰색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흰색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색이 귀찮아서입니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덧칠로 가릴 수 있으니까요. 처음하는 페인트 칠이니 수습이 가능한 것으로 시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테이블 상판을 일반합판으로 하려는 생각이 있습니다. 보통은 원목을 쓰거나 자작나무 합판을 쓰는데 여기서는 구하기도 힘들고 해서 일반 합판을 원장으로 하나 사서 열 십 자로 쪼갠 다음 (1200*600짜리 네 장이 나옵니다.) 각각을 퍼티로 메우고 흰색 수성 페인트를 칠한 뒤 마지막으로 바니시로 마감할 계획입니다. 목공에 관심은 있지만 장비와 재료 등을 수용할 공간이 없으니 곤란했었는데 이 번 기회에 일부 과정을 시도할 의도인 것이지요. 가구에는 일반 퍼티가 아니라 젯소라는 상품명의 것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저는 시험 제작이므로 벽에 바르는 것으로 시도할 것입니다. 젯소 작은 것 두 통을 살 돈이면 일반 퍼티 한 말을 살 수 있으니까요.


일반 합판은 모양이 별로이니 페인트가 필수인 셈이고, 따라서 퍼티로 일단 바를 필요도 있습니다. 쇠막대에도 시도해 볼 것입니다. 아마도 퍼티의 절반 정도가 벽에 소모될 듯하고, 합판작업까지 하면 더 소모될 것입니다. 잘 되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겠지요. 그리고 지금 갖고 있는 오래된 목재 가구들에도 적용할 것입니다. 별로라면 남들 하는 것으로 바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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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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