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34조는 기부금을 경비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항목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지만 납부자 입장에서는 공제를 받는 편이므로 이렇게 해석해도 됩니다.
2010년 12월 27일에 34조 2항의 각 호들이 일괄삭제되면서 전문개정되었습니다. 시행일은 대략 2011년 7월 1일이고요.
이렇게 됨으로써 변하게 된 것은 개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충격량은 꽤 큽니다.
소득세는 여러 가지 공제항목을 갖고 있고 그 중 기부금은 이전까진 다양한 공제율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즉 기부금 전액을 공제해주는 것도 있고, 30%짜리도 있고, 10%짜리도 있었습니다.
종교단체에 내는 헌금은 10%(실제로는 10%+알파)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냈던 성금이라든지 복지단체 등에 냈던 것은 전액공제 대상이었고요.
사실 전액공제라고 해도 대다수의 개개인에게는 기부액보다 훨씬 못한 대가가 있었습니다. 즉 기부액의 10-35% 정도만 세금절감효과가 있습니다. 즉 천만 원을 기부하면 세금은 100에서 350만 원 정도 줄었다는 것입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기부를 안하는 것보다 650에서 900만 원 정도 손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위의 개정 때문에 이제는 30에서 105만원의 세금절감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부액의 895 내지 970만 원은 기부자에게 경제적인 손해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1년에 1억을 벌어서 9천만을 기부한다면 개정 전에는 소득과표가 1000이므로 면세대상자가 됩니다. 따라서 기부하고 남은 돈 천만 원으로 먹고 살면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과표가 7300입니다. 남긴 돈 전부를 세금으로 내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전처럼 수준을 유지하려면 7천만-7500만 정도를 기부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람은 거의 없으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기부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부를 하던 단체 중 일부(예를 들어 복지단체)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개개인이 대신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30%의 소득공제가 아니라 30%의 세금공제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든 일을 정부에게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복지 등의 영역에 대해서는 기부를 장려해야 하는 게 옳은 정책 방향인데 거꾸로 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은 타인에 대한 기부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점차 경제적으로 부요해지면서 주변으로 눈이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고요. 그런데 정책적으로 기부를 억제하는 듯한 분위기가 되면 곤란합니다.
제가 기부하던 단체에서 발행하는 자료를 보면 기부금 외에 정부보조금도 있습니다. 개인의 기부액이 증가한다면, 정부의 보조금은 줄이거나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기부가 기부자에게 손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액수의 과다에 상관없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그것은 어떤 행위가 경제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인 기준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주어지던 빈약한 보상이 그나마 줄어드는 것은 슬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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