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언론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는 게 재앙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불과 60여 년 전에 남한 인구가 얼마였는지 아시나요? 2천만이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그래서 요즘 연평균 사망자수가 아직도 20만 명대 수준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균 80년을 산다면 1.25%가 매년 사망하게 되고 2000만의 1.25%는 25만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연평균 사망자가 24만 수준이었고, 요즘은 좀 더 늘어서 조만간 30만 수준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말하자면 두 세대 전이고, 지금 노인들이 젊었던 시절엔 인구가 지금의 40%였다는 것이지요. 그 때 나라가 (인구가 적어서) 망해가고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 따지자면 많아서 곤란했던 시절이지요. 그 후 식량 증산과 수입을 할 만한 경제력이 되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구가 많다 적다는 건 일단은 틀렸습니다.


진짜 이유가 뭘까요? 돈(연금) 때문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연금이란 평생 조금씩 떼어 내어 적립하고 그 사이에 연금조합이 그 돈을 불려 놓고, 퇴직한 다음 그 불려놓은 돈을 조금씩 까먹다가 사망하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각국 정부에서는 발전을 전제로 하고, 또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하여 이상한 논리를 개발합니다.


당장 투자할 돈이 없으니 적립한 돈을 불리는 게 아니라 지금 끌어 쓰고 불려야 할 돈은 인구가 늘고, 경제 규모가 커진 미래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 정책을 너도나도 도입할 당시만 해도 괜찮아 보이는 (말 그대로 괜찮아 보이는) 정책처럼 보였습니다. 은퇴할 10만 명을 위해 미래의 젊은이 30만 명이 돈을 낼 테니 문제가 없죠.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나니까 그 30만 명을 위한 미래의 60만 명이 다음 미래에는 없다는 게 문제가 된 것입니다.


피라미드 사기랑 비슷한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이미 작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를 비꼬았습니다만 다들 무시하면서 지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알 수 있었을 텐데도 애써 무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시엔 유례없는 고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었고, 인구의 증가세도 쉬 멈출 것 같지 않았으니까요. 오죽하면 한 자녀 낳기를 홍보할 정도였겠습니까?


전 세계에 널리 퍼진 사상을 전 국민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데에는 시일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인구 증가는 끝났고, 당겨 쓴 돈은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적립용이라고 믿으면서 돈을 낼 사람은 (돈을 탈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고 있고. 그래서 정부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천만 명의 은퇴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년에 600만 원을 지급하려면 (매달이 아니고 1년이지만) 무려 60조 원이 필요합니다. 불려놓았다고 자랑하는 국민연금 누적 액수랑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액수인지 알 겁니다. 2015년 기준 잔액이 500조 원대네요. 은퇴자 천만 명 이야기는 해방 이후 60년대 초까지 1500만 정도의 인구가 늘었으므로 이들이 노인이 되었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2015년에 15조 원을 연금으로 지출했는데 당해년도에 새로 조성된 돈은 50조 원대입니다.


10년이 지나면 120조 원을 지출하겠지요.(위에 600만원을 예로 들었는데 실제로는 1200만원 수준이 될 겁니다. 2015년 현재는 연금액이 평균 400만 원 수준이지만 이는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 때문이고, 20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게는 벌써 1000만원 수준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니 적립금이 아니라 연금을 납부할 젊은이가 줄어든다고 난리인 것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의 감소 때문이 아니라 적립금을 까먹은 정책 입안/실행가들에게 있습니다. 연금이란 적금과 같은 것입니다. 가입자가 적립한 돈을 불려서 만기에 지급하는 게 아니라 다음 가입자가 내는 돈을 모아서 지급하려고 했으니 다음 가입자가 줄면 구멍이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미래의 가입자가 낸 돈으로 과거의 가입자에게 지급한다는 정책을 버리고 각 개인이 낸 액수를 불리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중간에 까먹은 돈은 메꾸어 놓아야 합니다. 이럴 경우 앞으로 인구가 줄든 늘든 기금 고갈이 될 우려는 없습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손익의 액수가 매년 다를 테니 그것만 매년 균등하게 나누는 것으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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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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