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할 때 때로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던데, 저는 사람답다고 한다면, 자연스럽지 않은 게 정상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다의 반대말은 부자연스럽다이겠지만 인위적이다가 더 어울린다고 보고요.
사람은 사냥을 할 때 어떤 걸 노리지요? 크고 건강한 것. 자연에서 맹수들은 어떤 걸 사냥하지요? 늙거나, 병 들거나, 어린 것. 정반대 아닙니까? 물론 앞에서 예를 든 건 하나는 자랑하기 위해서이고, 하나는 생존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노리는 게 다른데, 인간만이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이유로도 사냥을 하는 동물이라고 누군가가 말하기도 했지요.
적자생존, 약육강식. 다 자연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인간 세상에선 자연스러운 걸 죄악이라고 가르치면서 반대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노약자를 보호하고, 보존시켜야 한다고 하지요. 재난을 당할 때 여자, 아이, 노인을 먼저 대피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자연스러운 행동은 건강하고 날쎈 사람이 먼저 달아나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게 좋다거나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됨을 포기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라고요? ㅎㅎ.
인간은 다른 인간을 통제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예의범절이라는 것입니다. 규범도 마찬가지이고요. 혼자서는 다수를 억압하기 힘들지만 다수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다수도 억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먹이 제일이었던 세상은 사라지고 머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권세를 쥔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본다면 수혜자이니까 결사적인 반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답게 살려면 참으로 힘듭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거든요. 복식을 보십시오. 우리나만 해도 사극에서 하도 봐서 그런지 옷만 보면 아, 무슨 시대겠군, 하고 말할 수 있지요?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것을 잘도 하고 다녔습니다. 다, 사람답게 살려는 노력이었죠. 벗어나면 기인이다 기행이다 하면서 따돌리지 않습니까?
서양 드라마, 영화, 소설을 보세요. 비슷한 정황을 묘사하고 있죠? 사교 모임, 특정한 주제를 기념하는 행사, 정원 가꾸기 등등. 그게 거기서는 사람답게 사는 꼴이지요. 우리나라도 특정 부류를 묘사하는 걸 보면 비슷하고요. 사실이든 아니든 머리에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그게 현시점에서의 (어떤) 사람답게 사는 꼴입니다.
100여 년 전에는 상투 자르라고 했다고 결사 반대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땐 상투를 트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거든요. 참으로 힘듭니다. 언제의 가치를 가지고 어느 때에 사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데, 20년 뒤에는 시대를 앞선 사람이라고 평가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에서는 기인일 뿐입니다.
사람다운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사안도 단 하나의 해석으로 다 풀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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