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6일자]

동기들과의 신년 등산모임. 하산 후 막걸리를 한잔하는데 친구 하나가 한 달 전에 했던 ‘아재 개그’를 반복했다. 주문했다고 말했는데도 1분도 안 되어 “안주시켰어?”라며 닦달하는 녀석도 있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기억력이 떨어져서일 수 있다. 기억의 과정은 ‘등록-저장-재생’ 단계로 되어있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정보는 등록이 어려워진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와 같이 질병 상태가 아니라면, 주민등록번호나 현관 비밀번호 같은 중요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억은 쉽게 잊지 않는다. 반면 최근에 들은 시답지 않은 이야기는 잊기 쉽다.

그런데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또 다르다. 기억력보다는 감정인식의 어려움이 한 원인이다. 스톡홀름대학 심리학과의 다이애나 교수는 노화가 감정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서 노인은 청년보다 비언어적 표현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했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달되는 비언어적 정보를 잘 깨닫지 못하니, 상대가 내 말을 완전히 수용했는지 확신이 안 선다. 불안해서 그런 거다.

나이 든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더욱 확실한 ‘리액션’을 해주면 어떨까 싶다. 슬쩍 쳐다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보다는, 상대를 똑바로 보고 “오케이! 안주는 시켰으니 안심하시라!”라고.

김진세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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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최근에 자주 한 말을 또 하는 경향이 되어서 궁금했었는데 조금 풀렸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주변인들은 반응을 잘 안하고, 내 기억은 점차 떨어지고 있고.

Posted by S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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